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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기획할땐 조마조마…폭발적 반응 놀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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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기획할땐 조마조마…폭발적 반응 놀랐죠"

입력
2013.02.1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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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문을 열었는데 그 큰 문화관 대강당이 꽉 차 있었어요. 얼마나 반응이 폭발적이었는지….”

이인규(77) 서울대 명예교수는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20년 전 그 순간을 회상했다. 이 교수는 1994년 당시 자연대 학장으로 ‘청소년을 위한 자연과학 공개강연’을 처음 기획한 주인공이다. 지금은 TV나 책을 통해 과학을 쉽게 접하는 경로가 많아졌지만, 대중을 상대로 과학 이론을 공개 강연한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과학의 기초를 다질 기회를 놓쳤어요. 해방 후 일단 잘 살아야 하니 기초과학보다는 기술 도입이 우선이었고요. 하지만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선 늦더라도 기초과학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생각에 세 가지를 추진했었죠.”

이 교수가 구상한 세 가지는 SCI(Science Citation Indexㆍ과학기술 논문인용 색인)와 학부제 도입, 그리고 공개강연 개최였다.

“SCI는 교수들의 연구를 촉진하고, 학부제는 학생들이 학문을 폭넓게 공부하게 해요. 그리고 공개강연을 통해 일반인의 관심을 높이고 과학의 대중화를 꾀하는 거죠. 당시엔 자연과학을 대단히 어려운 분야로 생각했는데 청소년과 일반인이 자연과학에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었어요.”

계획이 서자 전국 고등학교에 공문을 보냈다. 강연 내용은 교수회의를 통해 ‘당시 과학계의 주요 이슈이면서 미래에도 의미있고 대중이 관심있어 할 주제들’로 짰다.

“의외로 교수들이 참 재미있어 했어요. 같은 교수들이라도 내 분야가 아닌 분야는 깊이 모르잖아요.”

유일한 걱정은 학생들 반응이었다. “공개 강연은 처음이니까 사람들이 얼마나 올까, 반응이 어떨까, 당일까지 긴가민가했어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반응이 폭발적이라 더 놀랐다고 했다. 이 교수는 “그때는 학생들이 서울대 교정 한 번 밟아보는 것이 큰 경험이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원하는 학과도 둘러보고 교수 연구실에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으니 얼마나 인상적이었겠느냐”고 말했다.

자연과학 공개강연의 20년 장수 비결에 대해 이 교수는 “21세기는 과학기술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예측과 사람들의 과학에 대한 필요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쉬움도 있다. 강연 내용이 꾸준히 책으로 출간되지 못한 점이다. 그는 “1, 2회 강연을 책으로 펴낸 후 더 이상은 출간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기록을 남겨서 이 강연이 다음 세대에 훌륭한 지적 재산이 되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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