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 공개강연을 듣기 전까지는 공학 외의 분야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었죠.”
지질학 박사 최태진(34) 서울대 기초과학연구원 연수연구원은 올해 20년을 맞는 서울대 자연과학 공개강연에 대해 이렇게 회상했다. 고교 2학년 때인 1998년 겨울방학 때 우연히 알게 된 이 공개강연은 그에게 삶의 진로를 알려준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당시 최씨는 한국일보를 구독하던 부모로부터 “서울대에서 재미있는 수업 한다는데 안 가 볼래?”라는 말을 들었다. 신문 기사를 본 최씨는 “이런 강의도 있어요? 신기하다”며 자연과학 공개강연 참가를 선뜻 신청했다.
그는 ‘물질과 생명의 본질을 찾아서, 한계에 도전하는 자연과학’을 주제로 진행된 당시 강연을 14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최씨는 “광우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프리온을 들으면서 생명체가 아닌 단백질이 계속해서 인간에게 해를 끼친다는 게 놀라웠다”며 “17세기 프랑스의 아마추어 수학자인 피에르 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처럼 수백 년에 걸쳐 후대 학자들이 증명하기 위한 연구하는 수학문제가 있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자연과학 공개강연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 공학, 특히 프로그래밍 언어에 있었던 그의 관심은 자연과학으로까지 확장됐다. 1년 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에 입학하고 그 후 자연과학대에서 지질학 박사 학위를 받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자연과학 공개강연의 영향이었다.
중생대 한반도 지(地)구조 발달과 관련한 연구를 해온 최씨는 앞으로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고대 지질 연구를 계속할 생각이다.
최씨는 “최근 많은 공개강연이 열리고 있지만 서울대 자연대의 자연과학 공개강연은 과학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전문지식을 쉽게 풀어 전달하는 자리”라며 “흔치 않은 기회인 만큼 더 많은 청소년들이 즐겁고 재미있게 강연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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