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마지막 국무회의 주재를 끝으로 5년의 임기를 사실상 마쳤다. 회의에서 그는 임기 중 두 차례 세계경제 위기 등에 의연하게 대처했다며"우리가 한 일에 대해 우리 목소리를 낼 것은 아니고 평가는 역사에 맡기자"고 말했다. 하지만 임기 마감 시점에 평가가 없을 수 없다. 대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둔 것과 달리 취임 직후 '광우병 파동'으로 휘청거려야 했고, '경제 대통령'기대를 낳은 '747 정책'은 잇따라 밀려든 리먼 쇼크와 유럽 발 재정위기의 파고에 휘말렸다. 임기 내내 '소통 부재' 비난과 함께 내외의 숱한 압력에 견디기란 쉽지 않았을 법하다. 그런데도 한국경제는 세계적으로 드물게 안정됐고, 국가신용도도 높아졌다. 눈에 띄는 외교적 성과와 함께 나름대로 보람도 느낄 만하다.
지난 5년에 대한 정교한 평가는 이 대통령 언급대로 '역사의 몫'이지만, 대개의 균형 잡힌 평가라면 퇴임연설에서 그가 밝힌 감회와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언론 체질상 평가보다 비판에 익숙했던 우리 눈에도 "열심히 일했다"는 자부는 타당해 보인다. 청와대 근무가 새벽 별 보기로 시작해 저녁 달 보기로 끝난 것만도 그렇다.
다만 국가 최고지도자의 근면성은 결과가 중요하고, 때로는 짐짓 게으른 척해야 할 필요도 있다. 그런 강약 조절을 외면하고 언제나 부지런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명박 정부는 감점을 받기 십상이다. 퇴임 연설에서 밝힌 '미진하고 아쉬운 부분'이 실은 거기서 비롯했다. '고소영ㆍ강부자' 인사 파동, 용산사태, 광우병 파동 모두 뜸 들일 일에 제대로 뜸을 들이지 않은 결과였다. 그럴수록 '탈(脫)이념 실용주의'에 기운 것도 사회 전체의 이념 매몰ㆍ양분화 현상과 동떨어져 때아닌 반(反)민주ㆍ반인권 논란을 불렀다. 지금껏 이어지는 '4대강' 논란도 그런 이념ㆍ노선 다툼의 예이다.
글로벌 위기에 재빨리 대응해 미국 일본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로 외환 안정을 이루고, 대대적 재정투자로 총수요 싹을 살리고, 적극적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으로 경제영토를 넓힌 것은 좋았다. 급격한 엔고라는 행운까지 겹쳐 세계 7대 무역강국으로 부상하고, 주요 수출기업은 해외 경쟁업체를 가벼이 여길 만큼의 경쟁력도 확보했다. 그러나 그런 성공의 이면에서는 양극화와 중산층 붕괴, 중소기업과 서민의 고통이 이어졌다. 또 권력형 비리를 막겠다는 다짐에도 불구하고 끝내 친인척ㆍ측근 비리를 막지 못했다. G20정상회의와 세계 핵안보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 녹색기후기금 유치 등 외교 성과에도 전격적 독도 방문으로 대일관계 악화 빌미를 던지고, 대북 관계에서 대결 기조가 굳어지는 등의 그늘이 따랐다.
이런 공과를 냉정히 따져 버릴 것과 이어나갈 것을 엄선하는 것이야말로 박근혜 정부의 당면 과제다. 국민이 역사발전을 믿을 수 있도록, 새 정부가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눈을 가져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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