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중국의 고성장은 한국 경제의 젖줄이었다. '세계의 공장'에 핵심부품을 공급하며 누린 중국 특수로 수출강국의 지위는 물론, 경제위기 탈출의 동력도 얻을 수 있었다. 2003~2012년 대중(對中) 수출 증가율(연평균 20%)과 무역흑자(연평균 290억달러)는 전체 평균(수출 13.7% 증가, 무역흑자 226억달러)을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요즘 들어 이런 공식이 깨지고 있다. 경제규모가 커지고 기술력까지 높인 중국은 이미 한국제품과 대등한 경쟁관계에 올라서고 있다. 서둘러 차별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조만간 중국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9일 국제금융센터 이치훈 연구원이 내놓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우리경제 위협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더 이상 예전의 '단순 조립공장'이 아니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10대 수출품 가운데 기술력의 상징인 하이테크 제품은 2000년만 해도 2개(컴퓨터, 통신장비)만 중복됐으나 작년에는 5개(반도체, 조선, 디스플레이 등)나 겹치게 됐다. 2011년 한국이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내려놓은 26개 품목 중 12개는 중국이 꿰찼다.
이는 중국의 급속한 기술력 향상 때문이다. 중국은 2006년 이후 산업고도화 전략에 따라 고부가가치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산업기술재단은 작년 기준 우리와 중국의 산업경쟁력(100 대 99.9)과 기술경쟁력(100 대 98.8)을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분석했다.
특히 중국이 향후 2~3년 안에 핵심 국유기업의 구조조정과 대형화를 마무리할 경우 경쟁력 향상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중국은 2009년 발표한 신에너지ㆍ바이오ㆍ신소재 등 7대 신흥 전략산업에 향후 5년간 10조위안(약 1조5,000억달러)을 쏟아 부을 계획인데, 이 7대 산업은 우리 정부가 육성 중인 차세대 성장산업과 거의 일치한다.
여기에 우리와 수출 경쟁관계인 대만이 2009년 중국과 맺은 자유무역협정(ECFA)의 효과도 점차 높아지고 있어 자칫 우리 수출품이 중국에서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이 연구원은 "기술력 제고는 우리 경제의 성장과 생존을 위한 필수요건"이라며 "우리가 경쟁력 있는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한편, 가공무역 위주의 대중 수출을 소비재 중심으로 전환하고 FTA 등을 통한 협력관계 구축에도 힘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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