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마도에 있다가 문화재 절도단 손을 거쳐 귀국한 국보급 문화재 동조여래입상과 금동관음보살좌상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절도범 일당 중 일부가 잡히며 불상을 회수한 문화재청은 국내 반출경위 등을 조사한 후 문화재보호법과 유네스코 협약 등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반환거부 여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고려시대 관음보살좌상이 봉안됐던 충남 서산 부석사, 지역 언론과 주민이 "돌려주지 말자"고 외치고 일부 학자와 정치인, 시민단체까지 가세하고 있다.
이들은 '부석사에 영원토록 봉안, 공양하고자 서원한다'는 조성문과 당시 정황 등을 근거로 일본이 약탈해 간 것이라고 확신한다. 또한 국제 협약에 따라 일본이 두 불상의 출처를 밝혀야 할 의무가 있고, 나아가 과거 유출경로가 정확히 밝혀질 때까지 제3국에 불상을 보관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심정적으로 백 번 맞는 말이고 속이 시원하다. 하지만 약탈이나 훔쳐갔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국제협약은 오히려 우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현재 반환 추진과 반대측이 모두 내세우는 논거인 국제협약은 1970년 채택된 문화재 불법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의 금지와 예방 수단에 관한 협약, 1986년 처음 채택된 유네스코 산하 국제박물관협의회(ICOM)윤리강령이다. 여기에는 문화재를 불법적으로 소유하지 않았으며, 출처지 국가에서 불법 유출되지 않았음을 사전에 알아보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발굴이나 제작시점 이후의 모든 내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1995년 채택된 '도난 또는 불법반출 문화재 반환에 관한 유니드로아 협약'은 1970년 협약을 더욱 강화한 것으로 선의취득이더라도 보상 등을 통해 환수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 모두 가입하지 않았다.
어쨌든 소급적용이 되지 않는 국제협약만으로 보면 일본이 피해자이고 한국은 가해자다. 만약 그런 장물을 돌려주지 않고 전시한다면 후세에 어떻게 설명하고 가르쳐야 할까. 합법적 통로를 통해서는 돌아오기 힘든 문화재를 가져온 절도범들을 애국자로 대해주고 정상참작을 해줘야 하나. 아깝지만 현 상황에서 명백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면 일단 깨끗이 돌려주는 게 낫다. 반환한 후 국민적 정서를 내세워 기증을 받든 아니면 매입하는 게 최선이다.
대신 우리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 불상들을 비롯해 일본 내 우리 문화재 실태와 소재처, 입수 경위 조사를 강력히 요청하고 불법반출이 확실한 것부터 환수해가야 한다. 1965년 한일협정에 따라 일부 돌려받았지만 우리가 요청했던 중요 문화재는 대부분 제외됐다는 점, 당시 환수목록에 없었던 조선왕실의궤 등을 2011년 돌려준 점 등을 근거로 일본과 재협상을 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2월 현재 해외로 유출된 문화재는 15만 점이 넘은 것으로 집계되고 이중 일본에만 43%인 6만6,000여 점이 있다. 상당수는 출처가 불분명하다. 특히 일제시대 오쿠라 다케노스케가 수집해간 오쿠라 컬렉션 1,100여점은 불법 반출이 확실한데도 처음엔 개인소유라는 이유로, 도쿄국립박물관에 기증한 이후에는 박물관이 기증받았다는 이유로 반환을 거부하는 것은 억지다. 이런 논리라면 국내 절도범들이 불상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면 일본도 반환을 요구할 수 없을 것이다.
2007년 문화재청은 유네스코협약 채택 이전 문화재 중에서도 반환을 요구할 대상으로 외규장각 도서처럼 불법 반출이 확실한 경우, 북관대첩비처럼 소재지에서 한국에 굴욕적인 방식으로 전시되거나 활용되는 경우, 몽유도원도처럼 한국에서 활용가치가 높은 경우 등을 들었다. 우리도 이 경우를 제외한 국외문화재에 대해서는 현지에서 잘 보존되고 활용되는 쪽으로 지원하는 게 낫다.
'현세에는 재앙을 소멸하고 복 받도록 할 것이며, 후세에는 모두 함께 극락에 왕생하기를 서원한다'는 내용을 담은 부석사 불상이 기구한 역정을 마치고 한일 문화재교류의 새로운 물꼬를 틀지, 아니면 또 다른 갈등을 부르는 씨앗이 될지 그 기로에 서 있다. 최진환 문화부장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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