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퓨전을 넘어선 생성의 경지 "전통·전위 사이에서 자유 찾았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퓨전을 넘어선 생성의 경지 "전통·전위 사이에서 자유 찾았죠"

입력
2013.02.19 11:43
0 0

거문고를 현악기라 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오른손의 술대로 여섯 개의 줄을 퉁겨 나는 소리는 타악적 현악이다. 죽비 소리처럼 청량한 타격음을 남기는가 싶더니 두터운 현의 울림으로 날카로움을 감싼다. 거문고 연주자 허윤정(45)씨는 그 남성적 소리를 타고 전통에서 전위까지 음악의 넓은 지평을 누빈다.

그는 "마침내 자유로워졌다"며 "전통과 새 것 사이의 갈등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단순한 퓨전을 넘어선, 생성의 경지다. 그는 "모든 것이 내 안에서 믹스(mix)된다"며 자신의 현재를 정리했고"내 진짜 희망을 알게 됐다"며 미래를 슬쩍 내비쳤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전통의 전위적 모습"이다.

서울예고 1학년생은 다음 진로를 이화여대 무용과로 틀었지만 거문고 특유의 리듬과 베이스가 주는 기억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대학 졸업 후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에서 4년을 보낸 그는 화려한 악기들의 뒷전 신세이기 십상인 거문고의 위상을 절감했다. 그는 "독주자로서의 욕망" 혹은 "나의 존재감"이라 했다. "나와 대중을 만족시킬, 시대가 요구하는 전통의 길을 30대 초반까지 모색했죠."자신에게 주어진 두 가지 가능성을 극대화시키기로 했다.

우선 20대라는 빠른 나이에 한갑득류 거문고 산조 이수자로 선정됐다. "신쾌동류에 비해 탄탄한 구성이 특징이죠. 섬세하고 여성적인 데다 즉흥성이 강하죠." 즉흥성이란 문제는, 적어도 그에게는 정통의 다른 이름이었던 것이다. 그 뿌리에는 고2 때 접한 사물놀이가 있다.

"고 김용배 등 쟁쟁한 명인들에게서 직접 배웠죠. 살아있는 전통의 실체를 접한 거죠."대학 가서도 국악단 소리사위를 만들어 음악극 등 실험을 계속했다. 훗날 실내악 앙상블 슬기둥의 모태인 셈이다. 실험성과 대중성으로 나뉘어 전개돼 온 즉흥의 양상이다.

"미술과 무용 등 인접 장르는 물론 김대환 강태환 강준혁 김덕수 안숙선 등 큰 스승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어요."

구체적으로는 1세대 문화 기획자 강준혁의 다장르 공연 '울타리굿'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 특히 전위피아니스트 박창수의 판소리극장 무대에서는 항아리 두들기기, 악기 바꿔 연주하기 등 일체의 관습을 혁파해 갔다. "모든 시도는 다 해봤죠."자신감의 근거다.

그는 "김대환(타악), 강태환(색소폰) 등 우리나라의 세계적 프리 재즈 뮤지션들은 나의 멘토"라고 했다. 강은일(해금), 유경화(철현금, 장고, 꽹과리) 등 동갑내기들과 함께 결성한 프리 뮤직 트리오 상상트리오, 예술의전당의 단독 무대 '상상잇기'등은 1999년 이래 줄기차게 펼쳐져 오는 일련의 실험 중 특히 굵은 획이다.

조영호기자 youcho@hk.co.kr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