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60대 아저씨 25명이 춤판을 벌인다. 흥에 취한 술자리나 떠들썩한 저잣거리 이야기가 아니다. 620석 규모의 공연장에서 펼쳐질 정식 무대다. 정해진 안무는 없다. 이들이 그저 음악에 몸을 맡긴 채 내흔드는 소위 '막춤'이 공연의 주요 내용이다. 판을 깐 이는 국내 대표적인 현대무용가 안은미(51)씨. 2011년 평범한 노년기 여성들의 몸짓을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라는 제목으로, 지난해에는 10대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사심 없는 땐쓰'를 선보였던 안씨가 이번에는 중장년 남성의 움직임을 조명한다. 평범한 남성들을 무대에 세우는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쓰'가 3월 1~3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미쳐 미쳐, 완전 멋있어."
최근 방문한 용산구 한남동의 안은미컴퍼니 연습실에서는 안씨의 한껏 고조된 목소리가 귀를 먼저 자극했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것은 양팔을 번쩍 쳐들고 방방 뛰는 중장년 남성들의 격렬한 움직임. 팔과 다리, 엉덩이를 제각각 흔드는 이들에게 안씨는 거듭 칭찬을 건넸다. 그는 "춤 출 때 인간은 본연의 자신을 찾게 된다"며 "무용가가 만든 춤과 달리 유기농 같은 생명력을 지닌 아저씨들의 춤에서 강한 에너지를 얻는다"고 말했다.
공연은 안씨가 6개월 간 전국을 다니며 촬영한 40~60대 남성들의 춤 기록 상영과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25명 출연진의 즉흥춤, 이들의 움직임에서 모티프를 얻은 안씨와 안은미컴퍼니 단원들의 무대로 구성된다.
안씨가 '할머니', '10대', '아저씨'로 계층을 바꿔 가며 막춤에 주목하는 이유는 "막춤이야말로 스스로를 위한 춤"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춤을 배워야만 시도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기며 등급을 매기는 강박적인 사회에서 벗어나 자기 안에서 솟아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일 때 진정한 해방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안씨의 말이다.
오디션을 통해 뽑힌 즉흥 무대 출연진의 대부분은 회사원이다.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연습은 강제성을 띠는 대신 무대와 친숙해지기 위한 자유로운 워크숍 형식으로 진행된다. 매일 3~8명의 출연진이 연습실을 찾아 몸을 풀고 가볍게 방송댄스도 배운다.
참가자들의 지원 동기는 이들을 "한번쯤 책임의 굴레를 벗어 던지고 무책임하게 흥을 느끼며 다른 삶의 각도로 스스로를 바라봐야 할 사람들"로 묘사한 안씨의 말과 맞닿아 있다. 홍석주(59)씨는 "대학 나와 취직하고 결혼해 아이들은 장성했지만 이것이 과연 내 삶의 전부인가 하는 회의가 들었다"며 "춤을 통해 나를 다시 발견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씨는 "개성 넘치고 멋있는 예술가들이 많아 연습 시간 내내 웃다 끝나곤 한다"며 "단순히 소비하는 공연이 아닌 진정성 있는 무대에 관객도 마음을 활짝 열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02)508-7001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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