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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단골집의 추억, 어디가서 찾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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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단골집의 추억, 어디가서 찾나요"

입력
2013.02.1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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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심인 종로에 이런 곳이 또 있을까 싶어요.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도 친구들과 삼삼오오 둘러앉아 왁자지껄 떠들 수 있는 곳이라 좋았는데…. 대표 메뉴인 모듬꼬치를 먹을 수 없다니 서운하네요."

대학생 때부터 '육미집'을 다닌 직장인 유용하(40)씨는 화마가 집어삼킨 추억 어린 선술집을 이렇게 회상했다. 강의가 끝나면 학생들과 1주일에 3, 4번은 이곳을 찾았다는 영어강사 이승만(62)씨도 이곳을 "종업원이 메뉴 외우기 힘들다고 하소연할 정도로 안주가 싸고 다양했던 곳"이라고 기억했다. 그는 "10년 넘은 단골집이 없어졌다고 하니 그간의 내 추억도 함께 사라진 거 같아 마음 속이 휑하다"고 했다.

삼치구이 7,000원, 녹두빈대떡 8,000원, 더덕구이 1만원 등 60여 가지 안주를 1만원 안팎에 즐길 수 있어 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육미집. 30년 전 인사동 255 종로타워빌딩 뒤편 '먹자골목'에 문을 연 이 선술집엔 저녁이면 인근 사무실 직장인, 학생들이 몰려 600석 넘는 자리를 채우고 고단한 하루를 달랬다.

애주가에게 인기가 제일 좋았던 모듬꼬치 한 접시 가격은 1만2,000원. 직장인 김연학(31)씨는 "몇 번이고 리필을 할 수 있는 기본안주 어묵탕만으로도 소주 여러 병은 거뜬히 마실 수 있었던 마술 같은 집"이라고 기억했다.

한옥을 개조한 낡은 건물들이 밀집한 육미집 일대는 높은 빌딩,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으로 치장한 화려한 서울의 소박함을 볼 수 있었던 곳이기도 했다. 이 지역은 1978년 도심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됐다. 육미집은 1983년 문을 열었다.

얄궂게도 인사동 먹자골목의 발화장소는 육미집이 들어선 3층 건물. 육미집은 1, 2층에, 3층은 M주점이 자리잡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발화지점이 2층인지 3층인지 확실치 않아 정밀감식을 벌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바람에 육미집은 자취를 찾을 수 없다. 다만 화마가 휩쓸고 간 다음날인 18일 폭삭 주저앉고 검게 그을린 가게 옆에 '육미'라 적힌 빨간 간판만이 마지막 길을 기억해달라는 듯 걸려 있어 애처로움을 더했다.

온라인상에서도 많은 이들은 저마다 추억을 풀어놓으며, 육미집을 잃은 슬픔을 표현했다. 트위터 아이디 'nouca***'는 "육미집이 사라지다니. 그 많은 아름다운 시간들을 이제 어디 가서 인출할 수 있을까"라고 안타까워했다. 'rlrl****'아이디를 쓴 네티즌은 "돈 없는 서민이 3,000원을 들고 가도 소주 한 병에 어묵탕을 무한리필 해주는 곳이었는데, 진짜 다시 문을 열었으면 좋겠다"며 진한 아쉬움을 표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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