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잘 발달돼 있는 나라다. 총 370만개에 이르는 기업 가운데 중소기업(우리 식의 중견기업 포함)이 368만개(99.6%)에 달하는데, 놀라운 것은 이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7.7%로 대기업(5.8%)보다 높다는 점이다. 또 이들 가운데 세계적인 히든 챔피언도 무려 1,600여개에 이른다. 전체 수출의 25%가 히든 챔피언의 몫이다.
독일이 중견ㆍ중소기업 강국이 된 데에는 독일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큰 몫을 했다. 연방 정부의 '중견ㆍ중소기업 혁신프로그램'(ZIM)이 대표적이다. 기업의 연구개발 활동 지원, 은행이나 해외 기업과의 거래 비용 절감 혜택 등이 이 제도를 통해 이뤄진다. 특히 중소기업 의뢰로 대학이나 연구소가 연구개발(R&D) 과제를 수행할 경우 해당 기관에 정부가 자금을 집중 지원해 주고 있다. '산ㆍ학ㆍ연' 연계를 통해 기술 경쟁력의 우위를 유지토록 하는 것이다.
주정부도 각종 조세인센티브를 제공해 중소기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방마다 수도요금, 전기요금 혜택을 주는 식으로 지역 내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식이다. 또 가족기업이 많은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해 2010년 상속세법을 개정, 기업의 상속세 면제 조건을 종전 '10년간 임금총액 유지'에서 '7년'으로 줄여 부담을 덜어 줬다. 기업 상속을 '부의 대물림'이라는 부정적 시각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노하우와 기술이 다음 세대로 전달되기 위해 필요한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다. 다시 말해 고용을 계속 창출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차원에서 가업승계 문제를 접근하고 있는 셈이다.
스위스의 산ㆍ학 협력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 나라 기술력의 핵심인 로잔 공대에서 개발된 기술은 대부분 사업화 대상이 된다. 산학 센터 2곳을 두고 수많은 중소기업들과 R&D를 진행하면서, 학부생들도 협력관계에 있는 기업 연구소에서 수업을 듣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을 개발해 기업에 도움을 주더라도 기업과 함께 사업을 하지는 않는다"는 원칙을 견지, 기업에 종속되지 않은 채 실용학문의 토대 위에서 과학 기술력을 발전시켜 가고 있는 게 특징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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