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 유지 전담인 공판검사가 고소인과 피고소인이 짜고 사건을 조작해 무고 및 무고방조한 사건의 실체를 알아채고 직접 수사를 벌여 무더기 기소했다.
18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판3부(부장 양호산)는 사업주가 파산할 경우 근로복지공단이 사업주 대신 미지급 임금 3개월치와 퇴직금 등을 대신 지급하는 '체당금'을 타낼 목적으로 허위 고소하고 이를 방조한 혐의(무고 및 무고방조)로 휴대전화 판매대리점 업주 한모(40)씨와 김모(35)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김씨와 함께 한씨를 허위 고소한 A씨 등 공범 3명도 약식기소하고 달아난 B씨 등 3명은 기소중지했다.
고용노동부 서울강남지청은 1억여원의 임금과 퇴직금을 떼였다는 김씨 등 10명의 고소와 진정을 접수해 조사한 뒤 이들의 말을 그대로 믿고 2011년 9월 업주 한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수사 검사는 3개월 뒤 한씨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공판을 담당한 김한민(32) 검사는 지난해부터 재판을 진행하며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한씨가 지난해 7월 법정에 나와 자신에게 임금을 떼였다고 고소한 김씨 등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라는 황당한 답변을 한 것이다. 뭔가 석연치 않다고 본 김 검사는 집요하게 신문을 계속했고, 한씨는 결국 "체당금을 타서 나눠 갖기 위해 허위 고소를 묵인했다"고 법정에서 털어놨다.
한씨의 자백이 나오자 김 검사는 고소인 10명을 허위 고소 혐의로 입건, 강도높은 조사를 벌였다. 결국 고소인 가운데 7명은 아예 한씨 회사에서 근무한 적도 없고, 체당금을 타내 나눠 가질 목적으로 한씨와 짜고 허위 고소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록 중심으로 재판이 진행됐다면 한씨만 처벌됐을 사건의 성격이 공판검사의 기지에 의해 정반대로 뒤바뀐 것이다. 김 검사는 2006년 48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3년간 군 법무관으로 있다 지난해 4월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임용됐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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