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어제 허태열 전 의원을 청와대 비서실장에 내정하는 등 청와대 비서진 일부 인선을 마쳤다. 이로써 '박근혜 표 인사'가 반환점을 돌아 결승점에 다가섰다. 검찰총장, 국정원장, 경찰총장, 국세청장 등 4대 권력기관장과 6명의 청와대 수석 인선이 남았고, 일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통과 전망이 흐릿하지만, 대체적 특징은 읽어낼 만하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사회적 명망이나 경륜보다는 전문성을 높이 치는 자세다. 전체 18명의 총리ㆍ장관 후보 가운데 12명이 관료나 국책 연구기관 출신이다. 정치인 출신이 3명에 그친 것과 뚜렷이 대비된다. 그 결과 인사 발표에 "누구?"할 수는 있어도, 적어도 "그 사람이 왜?"라는 반응은 보이기 어려워졌다. 3선 의원 출신인 허 비서실장 내정자도 같은 장관급인 안보실장, 경호실장과의 '키 맞추기'를 고려해 중량급을 골랐다지만, 그 역시 관료 출신이다.
전문가 발탁은 정치인을 비롯한 제너럴리스트 기용에 비해 일하는 분위기를 살릴 수는 있다. 반면 부처 간의 높은 장벽을 허물고, 능동적 정책 협력과 조정에 나서기는 어렵다. '책임 총리'나 '책임 장관'이 물 건너가는 대신 청와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평가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ㆍ복지 분야는 물론이고 다른 부처 사이에서도 특별한 소통 노력이 요구된다. 스스로의 원칙에 얽매여 소통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무성한 박 당선인 정부라면 더욱 그렇다.
다음은 출신 지역이나 학교로 보아 '대탕평 인사' 약속이 무색해진 점이다. 총리ㆍ장관 후보자 가운데 호남ㆍ충청 출신이 각각 2명에 그치고, 청와대 인사를 포함해 성균관대 출신의 약진이 화제다. 전문성과 역량을 따져 고르다 보면 저절로 사후 균형이 이뤄지리라는 낙관론이 깨어졌다면, 앞으로 남은 4대 권력기관장이나 청와대 6수석 인선을 보정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허 비서실장 내정자의 어깨는 특히 무겁다. 충성스러운 보필과 함께 끊임없는 쓴 소리로 국정운영의 오류를 틀어막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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