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 통치체제의 기초를 규정한 최고의 법규인 헌법이 국가와 국민에게 통일 추진을 의무로서 부과하고 있다. 전쟁을 배제한 평화적 통일을 이루는 유일한 길은 북한주민들이 그들의 체제가 아니라, 우리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지향체제로 인식하고 스스로 결단하여 받아들이는 것이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우리의 공식적인 통일방안이다. 남북관계를 화해·협력→ 남북연합→ 통일로 점진적, 단계적으로 진전시키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이고 바람직하다. 다만 현실적으로 간과되어서는 안 될 점은 통일이 남북 간 국력차이가 크면 클수록 실현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이 우리와의 교류협력, 혹은 중국과의 교류협력이나 자체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경제력을 회복할 뿐만 아니라 안정되고 성장하게 되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의 통일이 아니라 오히려 독립국가 체제를 유지하고자 하거나 ‘적화통일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더 높다.
김대중 정부의 ‘화해협력’,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 이명박 정부의 ‘상생공영’은 그 단어가 말해주듯이 한반도의 분단관리에 초점을 두었다. 박근혜 정부는 헌법이 부과한대로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구체적으로 진척시키기 위한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대북·통일정책’이 아니라, ‘통일·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제3차 핵실험을 통해 북한은 전 세계의 관심을 주목하게 하였다. 김정은의 리더십 부각, 주체사상과 선군사상의 위대성 고양을 위해 북한은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김정은이 얼마나 다급하고 갈급한 상황에 처해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이다.
김정은은 일단 권력은 잡았으나, 권력엘리트들과 주민들에게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나누어주어야 할 절박한 상황이다. 그렇게 할 수 없는 현실에서 권력엘리트들과 주민들을 무마시키고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이다. 권력을 잡는 것보다 지키기가 더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나날이 깨달아가면서 김정은은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한 숨 돌리고자 한다. 국제사회가 핵과 미사일의 도발에 북한의 요구대로 순순히 응하여 북한이 원하는 대로 지원과 양보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되풀이되는 핵 위기, 핵 실험,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는 “더 이상 이렇게는 안 된다”고 확고한 각오를 다지고 있다. 지속되는 경제난 속에서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또 다시 엄청난 돈을 탕진한 김정은은 고대하는 외부로부터의 지원은 오지 않고, 시간이 지나며 찌든 가난 속에서 커져가는 주민들의 불만 속에서 초조하고 불안한 나날을 맞게 될 것이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입각하여 북한주민들의 눈과 귀를 열어주어 핵과 미사일이 김정은이 주장하는 대로 주민들을 세상에 부러움 없이 잘 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김정은으로 인해 북한주민들 마저 세상으로부터 외면하게 만들고 더욱 큰 고통으로 이끄는 좁고 어두운 길임을 깨닫게 해야 한다. 핵과 미사일 없이도 함께 잘 살 수 있는 넓고도 밝은 길이 그들 앞에 놓여 있음을 북한주민들이 체득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길에 대한민국은 여전히 버티고 서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같은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를 가진 북한주민들이 우리와 함께 하려는 그 순간에 이르기까지 북한의 핵 도발이란 이 엄중한 상황 속에서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입각한 통일·대북정책을 박근혜 정부는 흔들림 없이 펼쳐야 한다.
손기웅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 소장
손기웅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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