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에 사는 김모(58)씨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지적장애 부부인 A씨와 함께 밥도 먹고 술도 마시며 친구를 자처했다. 그러나 장애인 부부를 돕는 천사 같던 김씨는 얼마 가지 않아'인면수심' 본색을 드러냈다.
지적장애 2급인 A씨의 두딸(현재 21세, 17세)을 성폭행하기로 마음먹고 이들에게 접근했다. 두 자매의 지적능력이 4~7세 수준이어서 부모에게 성폭행 피해를 설명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지적장애 부부도 이를 쉽사리 알아채지 못할 것이라는 보았다.
김씨는 2008년 10월 A씨 집에서 가진 술자리에서 둘째 딸(당시 11세)을 추행했다. 2011년 여름에는 방학을 맞아 복지시설에서 돌아온 큰 딸(당시 18세)을 A씨의 집에서 성폭행했다.
다른 이웃들도 김씨와 같은 마음을 품고 A씨 가족에게 접근했다. 이웃 주민인 윤모(53)씨는 2008년 12월 A씨 부부를 인근 식당으로 불러내 저녁을 사면서 둘째 딸에게 "우리 집 냉장고에 있는 약을 가져오라"고 심부름을 시킨 뒤 곧바로 쫓아가 성폭행했다. 황모(60)씨는 2011년 8월 5일 자신의 집으로 A씨 가족을 초청해 저녁식사를 한 뒤, 방안에서 큰 딸을 성폭행하려 했지만 미수에 그쳤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2부(안기환 부장판사)는 18일 장애인에 대한 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김씨 등 같은 아파트 이웃 주민 4명에 대해 징역 4∼6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신상정보 공개ㆍ고지 7년, 위치추적전자장치(일명 전자발찌) 부착 6년을 명령했다. 또 강제추행과 성폭행 미수 혐의가 인정된 황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자들과 같은 아파트에서 살면서 이들이 지적장애로 의사표현을 못하는 점을 악용, 수차례에 걸쳐 강제추행하거나 성폭행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들은 장애 아동이 건전한 성 관념을 갖도록 보호해야 할 성인들인데도 범행을 저질러 피해자들의 정신ㆍ육체적 충격이 매우 큰 점, 범행을 부인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피고인 가운데 일부는 재판 과정에서 성폭행이나 추행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A씨 딸들은 범행 당시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했지만 사진을 지목하며 "아저씨가 옷을 벗기고 나쁜 짓을 했다"고 진술했고 법원은 신빙성을 인정했다.
의정부=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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