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상황에 대한 비판적 검토라는 내용적 함의를 지니고 있는 글들의 일반적인 얼개는 대개 '상황소개 - 개념확인 - 문제점언급- 대안과 해결책제시'라는 구조형태를 갖는다. 현재 사회 상황이 어떠한지를 먼저 소개하고 그 상황이 왜 문제인지를 나열한 뒤 해결가능한 방법론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였을 때 좋은 논술글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번 평가대상글의 전개구조를 살펴보면 '문제점제시- 해결책검토'라는 간결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내용전개는 간결하지가 않다. 먼저 7단락으로 나누어 문제점을 나열하고 있다. 내용은 열악한 근무조건과 임금, 법적 보호장치 미비, 노조문제, 비인간적 대우, 정규직과의 임금격차,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비정규직보호법의 미비를 제시한다, 그런 다음 6단락에 걸쳐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기업의 인식전환, 방어장치 마련, 비정규직노조 활성화, 정책적인 배려, 연공적인 임금체계, 노동자들의 인식전환을 제안하고 있다.
일견 타당해보이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먼저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특정그룹 비정규직 2,000명의 정규직 전환을 언급하기에 앞서 현재 전체노동자가 몇 명인지, 비정규직 노동자가 어느 정도 비율인지 그리고 그들이 받는 처우(특히 임금이나 근무시간)가 왜 문제가 되는지에 관해 구체적인 사례와 통계를 동원해서 적시하였어야 한다. 설득력 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담론의 전제가 되는 현상에 대한 사실확인이 선행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문제점과 해결책 사이의 연계성이 부족하다. 구성원들의 생각의 문제에 대해서는 의식의 전환을, 법적인 흠결에 대해서는 입법의 보완을, 운영의 아쉬움은 경영정책의 변화를 각각 언급하는 형태의 글쓰기가 이루어져야 한다. 평가대상 학생글은 전체적인 얼개구조에 대한 치열한 고민 없이 병렬적으로 문제점을 나열하고 있다. 더불어 해결책 역시 문제점과의 연결성 없이 병렬적인 언급으로 그치고 있다. 개개 사안마다 고유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항목해결방식이나 모든 문제와 해결책을 묶어서 언급하는 일괄해결방식 중 어느 방식을 택하든지 문제와 해결책 사이에는 반드시 유기적인 연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세 번째로 해결책 구성의 아쉬움이다.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의식전환- 제도개선'의 방식을 택하거나 '개인-사회-국가' 주체의 차이방식을 택해서 체계적으로 서술되어야 한다. 기업들의 인식전환을 처음에 해결책을 제시하고 나서 여섯 번째에 이르러 정규직노동자들의 인식전환을 언급하고 있다. 이럴 경우 읽는 이에게 매우 산만한 글이라는 오해를 유발한다. 두 개의 항목을 의식전환 측면으로 묶어서 서술했어야 한다.
계속해서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해결책 부분에서 둘째로 언급한 방어장치와 넷째에서 제시한 정책적인 배려 그리고 다섯째 연공적 임금체계간의 차이가 무엇인지 글 속에서는 파악이 안 된다. 항목 사이에 차이가 부각되지 않은 병렬나열인 점이 아쉽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상술하거나 아니면 차라리 제도적인 해결책으로 묶은 뒤 항목을 나누어 분류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
마지막으로 표현상의 비일관성이 문제가 된다. 문제점을 나열함에 있어 첫째에서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조건이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둘째에서는 "보호할 법적 장치가 미비하다"라는 표현으로 바꾸었다. 셋째에서는 "미약한 비정규직 노조이다"로 다시 돌아왔다. 미묘한 차이이긴 하지만 논술글에서의 표현의 일관성에 반한다. 둘째 항목에서 "~보호가 미비된 법적 장치다"로 바꾸어 표현하여야 한다. 병렬적인 나열에서는 내용상의 등가성 이외에 형식상의 일관성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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