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무릎부상 악몽 이후 7개월 만에 안아보는 챔피언 트로피다. 지난해 6월 프랑스오픈 정상 이후론 8개월만이다. 자신은 물론 팬들에게도 '살아있음'을 알린 포효이기도 하다.
'클레이코트의 제왕' 라파엘 나달(26ㆍ스페인ㆍ랭킹5위)이 18일(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250시리즈 브라질 오픈 남자단식 결승에서 다비드 날반디안(31ㆍ아르헨티나ㆍ93위)을 세트스코어 2-0(6-2 6-3)으로 꺾고 챔피언에 올랐다. 8년 만에 다시 브라질 오픈 우승컵을 손에 넣은 나달은 실제 2005년 이 대회를 발판 삼아 그 해 프랑스 오픈에서 첫 메이저 우승컵을 때내면서 본격 스타덤에 오르기 시작했다.
브라질 오픈은 나달의 37번째 클레이코트 우승컵이자 투어 시리즈를 통틀어 51번째 챔피언 트로피다. 현역 선수론 로저 페더러(32ㆍ스위스ㆍ2위)의 76개에 이어 2위다. 노박 조코비치(26ㆍ세르비아ㆍ1위)와 앤디 머레이(26ㆍ영국ㆍ3위)가 각각 35개, 25개로 뒤를 잇고 있다. 이중 마스터스 대회인 1000시리즈만 21번 정상에 올라 페더러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1968년 오픈시대 이후 역대 클레이코트 최다 챔피언은 기에르모 빌라스(아르헨티나)로 45차례 정상에 올랐다. 토마스 무스터(오스트리아)가 40차례다. 클레이코트 챔프 3위를 달리고 있는 나달은 그러나 이번이 실내 클레이코트대회는 '첫 경험'이다.
ATP투어 결승에만 73번 올라 51승째를 거둔 나달은 이번 우승으로 랭킹포인트 250점과 우승상금 8만2,300달러를 받았다.
메이저 우승컵만 11개를 따낸 나달의 재기전으로 경기는 뜨거운 관심을 모았지만 내용은 싱거웠다. 나달은 1세트 2-2에서 4게임을 잇달아 보태 기선을 제압했다.
나달은 그러나 2세트에서 리듬을 찾는데 애를 먹어 게임스코어 0-3까지 끌려갔다. 하지만 이내 6게임을 따내는 묘기를 선보이며 78분만에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날반디안과는 7번째 맞대결에서 5승2패의 우위를 이어갔다.
나달은 경기 후"날반디안이 나를 많이 봐 준 것 같다"라며 농을 던졌으나 날반디안은 "오늘 결승전이 이번 주 나의 베스트였다"며 챔피언을 치켜세웠다.
나달은 지난주 칠레에서 열린 VTR오픈에선 단복식 모두 준우승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브라질 오픈은 복식 1라운드 통과 후 곧바로 기권한 뒤 단식에만 집중해 대미를 장식했다.
나달은 이어 "무릎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오늘처럼만 진통이 견딜만하다면 앞으로도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나달은 2주 후 또 다른 클레이코트대회인 멕시코 아카풀코에서 열리는 멕시코 오픈에 출전할 예정이다.
한편 같은 날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카타르 오픈 단식 결승에선 빅토리아 아자렌카(24ㆍ벨라루스)가 서리나 윌리엄스(31ㆍ미국)를 2-1(7-6 2-6 6-3)로 꺾고 대회 2연패를 차지했다. 아자렌카는 이로써 윌리엄스에게 당한 10연패의 사슬을 끊고 통산전적 2승11패로 만들었다.
반면 윌리엄스는 이번 대회 4강에 진출하면서 여자테니스 역대 최고령 세계랭킹 1위를 확보했으나 이를 자축하는 챔피언 등극에는 실패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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