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위한 사법'에서 '국민의 사법'으로의 전환을 뜻하는 국민참여재판의 정착은 우리 사법부의 의미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취임 이후 강조해온 '사법부 신뢰 제고를 위한 국민과의 소통' 노력과도 상통한다.
대법원에 따르면 2008년 시범운영 초기 64건에 불과했던 국민참여재판은 2009년 95건, 2010년 162건, 2011년 253건, 2012년 274건으로 5년 만에 4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피고인이 신청했지만 재판부 판단에 따라 배제되거나 피고인의 신청 철회가 없었던 실제 참여재판 실시 횟수로, 피고인이 참여재판을 원해 재판부에 신청한 경우는 지난해 737건에 달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특히 참여재판 대상이 전체 형사합의사건으로 넓혀지고 국민의 재판 참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피고인들의 신청 횟수가 늘어나는 등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덴만에서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한 소말리아 해적, 제주 올레길 살해사건과 서울 여의도 흉기 난동사건 등 커다란 사회적 관심을 모았던 사건들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특히 그간 국민참여재판의 선고 결과를 분석한 결과 10건 중 9건이 배심원 평결과 재판부 판단이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심원의 평결이 재판부와 결론이 달랐던 경우는 848건 중 66건이었다. 그 중 62건은 배심원이 무죄로 평결했지만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한 것으로, 참여재판을 두고 '배심원에 의한 억울한 여론재판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던 것은 기우임이 입증된 셈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양형 의견에 있어서도 89.7%에 해당하는 사건에서 배심원의 다수의견과 재판부의 선고 형량이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차이를 보이더라도 2년 정도 내 유사한 차이였다"고 말했다.
배심원들은 또 판사들보다 유죄를 인정하는 기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848건 중 배심원의 평결 권고에 따라 무죄가 선고된 경우가 48건으로, 무죄율은 같은 기간 전국 법원 형사합의사건의 무죄율 3.2%보다 높은 5.7%였다.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민참여재판의 국선변호사 선임 비율은 82.1%로, 이는 같은 기간 1심 형사합의 구속 재판사건에서 49%의 피고인이 국선변호사를 선임한 것에 비해 훨씬 높은 것이다. 이는 아직 일반 변호사들이 국민참여재판을 기피하고 있다는 사실의 반증이다.
또 국민참여재판의 92.6%(785건)가 하루 만에 재판을 마친 것으로 나타나, 재판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판 일수를 늘려 사건을 충분히 심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