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배심제'인 국민참여재판이 2008년부터 5년간 1단계 시범 운영을 마치고 드디어 닻을 올린다.
대법원 국민사법참여위원회는 18일 '국민참여재판제도의 최종 형태 결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지난해 7월 이후 7차례에 걸친 회의 끝에 마련한 '국민참여재판의 최종형태(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안은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해 법률 개정을 마치는 대로 곧바로 시행된다.
이날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최종안을 발표한 김종호 국민사법참여위 선임전문위원(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은 우선 "앞으로는 형사피고인이 원치 않아도 검사의 신청이나 법원의 직권으로 국민참여재판을 열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금까지는 피고인이 신청하는 경우에만 국민참여재판을 열 수 있도록 해 재벌그룹 회장이나 국회의원 등의 경제범죄나 부패범죄는 국민참여재판의 기회가 없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김 부장판사는 "국민이 직접 참여해 국민의 눈높이에서 재판을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관심이 높은 재판의 신뢰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지정토론자로 나선 부장판사 출신의 황정근 변호사는 "법원 직권이나 검사 신청으로 참여재판에 회부하는 것은 위헌 시비가 일 수 있다"며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재판을 받는다'는 헌법 규정을 제시했다. 황 변호사는 "최종안은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증진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참여재판 회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했는데, 어떤 경우가 여기에 해당하는지 명확한 기준도 없어 재판부마다 다른 결론이 내려질 수 있다"며 "피고인의 의견을 듣는 절차와 의견을 존중한다는 규정을 명시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민 배심원의 평결 효력도 공청회의 주요 토론 쟁점이었다. 최종안은 지금까지는 시민 배심원의 유ㆍ무죄 의견이나 양형 의견 모두 '권고적 효력'만 있었지만, 앞으로는 명백하게 절차와 내용이 법률이나 판례에 위반되는 경우 등이 아니라면 유ㆍ무죄에 대한 배심원 평결을 재판부가 존중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사실상 기속력'을 인정한 것으로, 시민 배심원의 목소리에 더 힘을 실어준 것이다.
형사법 전공의 김혜정 영남대 법대 교수는 이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참여재판의 법적 기속력을 인정함으로써 법관은 판결만 하면 그만이고 나머지 책임은 배심원에게 떠넘기는 역효과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처럼 배심원 평결을 권고 수준으로 하더라도 만약 재판부가 배심원과 다른 판단일 경우 판결문에 그 이유를 명시하도록 한다면 재판부가 신중한 판단을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몇 가지 주요 쟁점에 대해 엇갈린 견해도 제시됐지만 이날 발표된 최종안은 전반적으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사법개혁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낸 신종원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은 "시민 배심원의 의견에 대해 사실상의 기속력을 부여하는 방안 등은 현재 상황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오히려 법관에 의한 재판만을 규정한 현행 헌법의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번 최종안은 헌법 규정 해석을 둘러싼 이견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적절한 방안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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