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3차 핵실험 이후에도 중국이 여전히 북한의 우방을 자처하자 중국인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중문뉴스사이트 보쉰(博訊)은 16일 선양(瀋陽), 단둥(丹東), 푸순(撫順) 등 중국과 북한의 접경 지대 주민들이 선양 주재 북한총영사관 앞에 모여 북한의 핵실험에 항의하며 시위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북한이 우리 집 앞에서 무책임하게 야만적인 핵실험을 했다"며 "국제사회는 북한의 군사정권에 더욱 강경한 제재를 가해야 하며, 중국 정부도 북한에 일체의 원조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위는 별다른 충돌 없이 30여분 후에 끝났으며 현장에 출동한 경찰도 특별한 제지를 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시에서도 북한 핵실험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집회에 참여한 이들은 '북한의 핵실험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것', '평화를 원한다, 핵무기는 필요 없다'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시위했다. 이들은 경찰에 연행됐으나 곧바로 석방됐다.
시위는 소규모로 일어나고 있지만 북한 핵실험 이후 중국인들 사이에서 대북 여론이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해석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북한 핵실험이 중국의 환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정부의 발표에 대해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徽博)를 중심으로 네티즌들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옌벤대 동북아연구원의 진창이 원장은 "대중은 중국이 악랄한 정권의 유일무이한 우방이기를 더는 원치 않고 있다"며 "심지어 우리는 북한에게 우방으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날 관영언론을 통해 '북한 감싸기' 기조를 거듭 확인했다. 신화통신은 '북한 핵실험,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기사에서 "무력과 제재로는 한 국가를 절대 굴복시킬 수 없으며 북핵 문제의 근본 원인은 미국의 대북 안보 위협에 있다"며 "꿍꿍이 속이 있는 일부 서방 매체들이 북한 핵실험을 들어 중국의 대북정책 실패를 이야기하는 데 이는 중상모략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류장융(劉江永) 칭화(淸華)대 국제관계연구원 부원장의 말을 인용해 "북한의 핵실험은 중국이나 한국이 아니라 미국을 겨냥한 것이란 점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의 정책 실패라고 보는 것이 맞다"며 "북한에 안전한 국제안보와 개방된 국제경제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북한은 위기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타오원자오(陶文钊)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연구원도 "중국이 북한과 경제무역 관계를 유지하고 북한에 대한 압력을 충분히 행사하지 않아 유엔의 제재가 효과가 없다는 책망을 듣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북한 핵 문제의 근본 원인은 60여년 간의 북미 적대 관계"라고 주장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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