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를 방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17일 선데이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재무부는 다국적 기업이 영국보다 세율이 낮은 국가에 거점을 둔 경우에도 영국의 글로벌 수익 점유율에 근거해 세금을 추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아일랜드나 룩셈부르크 등 세율이 낮은 국가의 자회사에 소득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회피해온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한 것이다.
구글은 지난해 영국과 인근 국가에서 발생한 광고 수익을 아일랜드 자회사와 버뮤다 지주회사 등으로 이전해 세금을 대폭 줄였다는 비난을 받았다. 영국은 구글이 매출 26억파운드(약 4조3,000억원)에 대해 세금 2억파운드(약 3,300억원)를 회피했다고 지적했다. 올해 초 스타벅스도 1998년 영국에 진출한 이후 30억파운드(약 5조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법인세는 850만파운드(144억원)밖에 내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은 "정부는 기업 세제에 대한 강력한 국제 표준을 마련해 세금 회피가 발붙일 수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무부는 다국적 기업의 교묘해지는 세금 회피를 막으려면 범국가적으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국가별 수익 점유율에 따라 이를 분배하는 국제 단일 과세 체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선데이타임스는 전했다.
오스본 장관은 지난주 모스크바에서 열린 주요20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기업의 세금 회피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국적 기업이 수익 발생 국가에 정당한 세금을 내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 차단은 한 국가만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영국 정부가 추진하는 국제 단일 과제 체계가 조세 주권 문제 등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회계법인 KPMG의 크리스 모건 세제팀장은 "국제 단일 과세로 영국의 조세 주권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며 이런 방안이 시행되더라도 기업들은 (세금 회피를 위한) 또 다른 우회로를 찾아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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