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보건복지부의 '기초연금 도입 관련 인수위 최종안 개요'는 65세 이상 모든 노인들에게 현재 받고 있는 기초노령연금의 2배를 준다는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을 액면 그대로 이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초연금액을 차등 지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담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4만원"
인수위의 최종안은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역차별'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인수위는 애초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기초노령연금 수급자에게는 공약대로 20만원을 주지만,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을 함께 받으면서 그 액수가 20만원을 넘으면 기초연금을 추가로 올려주지 않겠다는 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이 경우 꼬박꼬박 국민연금을 낸 이들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불만이 표출되자 인수위는 '국민연금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기초연금을 인상해 지급한다'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
현재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을 모두 받는 소득하위 70% 노인은 100만명 정도다. 이들에게는 20만원 전액을 주지 않지만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길면 더 많은 기초연금을 받도록 할 것(표 1안)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을 10년을 부으면 14만원을, 20년을 납입하면 17만원을, 40년 부었을 경우 18만5,000원을 준다.
처음으로 기초연금을 받게 되는 소득상위 30%도 국민연금 납입 기간에 따라 기초연금 지급액수가 4만원(10년 납입)에서 8만5,000원(40년 납입)으로 차등화된다. 예를 들어 논란이 됐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같은 이의 경우 4만원을 받게 되는 셈이다.
또다른 안은 국민연금 가입자 중 소득하위 70%는 기초연금 14만원을, 소득상위 30%는 기초연금 4만원을 일률적으로 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현재 국민연급 수급자 중 납입 연수가 20년 이상인 경우가 5%도 안된다는 점에서 어느 안을 따르더라도 국민연금 가입자라면 소득하위 70%는 14만원을, 소득상위 30%는 대부분 4만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소득 상위 30%의 경우 일률적으로 기초연금 5만원을 준다. 대부분의 국민연금 가입자보다 1만원을 많이 받아 이 경우 역차별이 생긴다.
국민연금 재정 고갈 우려 높아져
세금으로만 운영될 것으로 알려졌던 기초연금에 국민연금 보험료가 전용된다면 국민연금 고갈을 우려하는 가입자들의 우려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의 경우 국민연금은 보험료가 27조5,000억원 걷힌 반면 급여로 9조8,000억원이 나갔다. 17조원 이상이 새로 쌓인 셈이다. 당장 1조~2조원 정도는 부담 되지 않지만 급속한 노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앞으로 국민연금 재정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다. 2008년 당시 국민연금은 2043년 2,465조원이 적립돼 정점을 찍은 뒤 2060년 소진될 것으로 분석됐다.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출산률이 급격히 높아지지 않는 이상 보편적인 기초연금 도입으로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은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또 국민연금 기금 형성에 기여하지 않은 노인들에게 지급될 기초연금에 국민연금 보험료를 전용하는 점에 대한 가입자들의 거부감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4년 동안 매월 13만 5,000원의 보험료를 냈다는 직장인 민혜진(28ㆍ가명)씨는 "국민연금이 내 노후를 보장해줄지도 의심이 드는 상황인데, 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노인들에게 연금보험료 일부를 준다니 화가 난다"며 "연금이 가장 만만한 돈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600만명 정도인 노인 인구는 2060년 1,800만명이 되는데, 벌써부터 국민연금 보험료를 전용하면 후세대에 너무 큰 부담이 된다"며 "기초연금 재원으로는 세금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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