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부터 6년간 경남 진해의 동의노인요양병원에서 간병인(요양보호사)으로 일해온 김주희(65)씨. 김씨는 32명의 동료들과 함께 200명이 넘는 노인들의 수발을 들어왔다. 1주일에 60시간씩 어르신들을 씻기고 먹이고 기저귀를 갈고 가래를 뽑아내며 김씨가 한 달에 손에 쥔 돈은 제세공과금을 제외하고 120만원 정도. 최저임금 안팎의 수준이지만 김씨는 "내 부모를 모시는 것으로 여기겠다"는 마음으로 기꺼이 일을 해왔다.
그러나 병원은 비용절감을 이유로 지난해 11월 김씨와 동료들을 해고(계약해지)했고, 17명의 간병인으로 환자를 돌볼 수 있다는 다른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김씨는"해고된 것도 분하지만, 간병인이 절반으로 줄어 어르신들의 기저귀나 제대로 갈아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요양병원의 숫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노인요양시설과 달리 간병인의 인력기준이 없어 환자들의 안전과 위생이 위협받고 간병인들의 노동조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노인요양시설은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환자가, 요양병원은 장기요양등급 판정은 받지 않았으나 의사로부터 장기입원 진단을 받은 환자가 입원한다. 요양병원 환자의 70%는 노인이다. 요양시설에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요양보호사만 일하지만, 요양병원에서는 요양보호사와 이 자격이 없는 일반 간병인들이 함께 수발을 든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8년 690개였던 요양병원은 지난해 1,103개로 1.6배 가량 증가했다. 요양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는 11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용환자는 급증하지만 요양병원은 간병인을 아무리 축소해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 보건당국이 요양병원의 간병인을 의료인력으로도, 간호인력으로도 간주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사실상 역할이 똑같은 요양보호사가 수발을 드는 노인요양시설의 경우 입소자 5명당 요양보호사 1명을 두도록 돼 있다. 동의노인요양병원 해고자 김점순(63)씨는"우리는 1명이 12명의 환자를 돌봤는데 지금은 1명이 30명을 수발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간병인도 간병인이지만 환자의 보호자 입장에서는 같은 비용을 지불하고도 질 낮은 서비스를 받게 되는 셈이다.
또 고용노동부는'간병인' 대부분을 근로자로 보고 있지 않아 이들은 일하다 다쳐도 산재혜택을 받지 못하고, 최저임금 적용도 받지 못한다. 이처럼 법의 사각지대에서 영리에 눈이 먼 요양병원장들이 간병인들에 대한 인력감축을 일삼고 있지만 현재로선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 복지부는 올해부터 모든 요양병원들을 대상으로 한 인증평가제를 도입했지만, 입원실 면적, 멸균관리 여부 등만 평가할 뿐, 실제로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 운용방식에 대한 평가항목은 빠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요양병원의 간병행위를 간호인력이 맡아야 할지 요양보호사가 맡아야 할지 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준 가천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예방의학)는 "최소한 요양병원 평가항목에 간병서비스에 대한 평가항목을 신설하고 평가항목에 간병인에 대한 인력기준, 근무형태, 노동조건, 임금 수준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간병을 건강보험 급여화함으로써 간병노동이 공식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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