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복지재원(5년간 135조원) 마련과 경기 회복용 추가경정예산 확보를 위해 올해 단기적으론 나라 곳간을 푸는 것을 전제로, 항구적으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내용의 '재정준칙'을 법률로 명문화하는 방안이 기획재정부와 국책연구소를 중심으로 검토되고 있다.
한국조세연구원과 한국행정연구원은 17일 각각 내놓은 '재정준칙의 적절한 도입 방향'과 '수입ㆍ지출 균형제도 도입방안'보고서에서 급증하는 복지 수요와 경기 부침에 따른 재정의 대응력 확보를 위해 '재정준칙'을 법률로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재정준칙이란 재정수지, 재정지출, 국가채무 등에 구체적 수치 한도를 제시해 특정 정파의 선심 공약 때문에 재정건전성이 훼손되는 걸 막는 장치다.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현재 미국, 독일, 일본 등 76개국이 재정준칙을 도입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양입제출'(量入制出ㆍ수입 범위 내 지출)'등 재정부 예산실 내부의 비공식 원칙 외에는 법률로 강제하지 않고 있다. 조원동 조세연구원장은 "복지 수요와 경기 대응 등의 재정소요 탓에 재정적자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물꼬가 터지면, 아예 나라 곳간의 빗장이 풀리고 국가신용도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재정당국 스스로 속박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세연구원은 이에 따라 19일 한국재정법학회와 공동으로 한국적 현실에 맞는 재정준칙 모형과 관련된 학술세미나를 열기로 했다.
한국행정연구원은 한발 더 나아가 복지 지출이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걸 막기 위해 미국식 '페이고'(PAYGOㆍPay As You Go) 제도를 주문했다. 페이고란 새로운 의무지출 증가(세입의 감소)를 다른 의무지출 감축(세입의 증가)이 상쇄토록 하는 방식으로, 복지 지출이 재정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는 원칙이다. 연구원은 전문가 설문조사를 근거로 공적연금, 기초생활 보장, 교육, 보건 등의 순서에 따라 페이고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정부도 재정준칙 마련에 긍정적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올해는 세수 부족에도 불구, 재정 소요가 급증할 전망"이라며 "단기간 재정적자를 용인해야 한다면 장기적으론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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