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에 '말뚝 테러'를 자행한 일본인 스즈키 노부유키(48)씨가 국내 재판에 회부됐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이성희)는 17일 스즈키씨에 대해 국내 위안부 소녀상,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입구, 일본 소재 윤봉길 의사 순국비에 말뚝을 놓고 달아나는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윤 의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스즈키씨는 지난해 6월 19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에 '다케시마는 일본 영토'라고 적은 말뚝을 묶어 놓고 행인들에게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위안부 상은 철거해야 한다. 종군이 아니라 추군(追軍)이다"라고 외쳤다. 그는 또 같은 날 서울 마포구 성산동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입구에도 말뚝을 묶어놓았다. 검찰은 스즈키씨가 현장에서 찍은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두 차례 올린 것도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고 봤다.
검찰은 그동안 스즈키씨에게 피고소인 자격으로 소환을 통보했으나, 스즈키씨는 이에 불응한 채 지난해 9월 중순 서울중앙지검에도 말뚝을 보내왔다. 이에 검찰은 말뚝이 든 국제우편물 수령을 거부하고 반송 조치했었다.
검찰은 스즈키씨가 지난해 9월 22일 일본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에 있는 윤봉길 의사 순국기념비에 말뚝을 세워두고 찍은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고 "테러리스트가 영웅이 되는 나라가 조선인데, 일본에는 살인 테러리스트를 영웅시하는 섬뜩한 비석은 필요 없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윤 의사의 의거는 테러행위가 아니라, 일제의 강압적 국권 침탈에 저항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독립 전쟁 행위의 일환으로서 적군 고위 장교들을 상대로 한 전투 및 교전행위"라며 "스즈키씨가 허위 사실을 적시해 윤 의사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기소중지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위안부 동원 등 일본의 전쟁범죄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고 직접 조사는 하지 못했더라도 범행사실이 명백하기 때문에 기소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향후 법원은 피고인 출석 요구를 위해 스즈키씨의 우편물 수령지로 공소장과 소환장을 송달하게 된다. 일단 검찰 소환에 불응한 스즈키씨가 국내 재판에 출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스즈키씨가 한국 법원의 소환을 계속 거부하거나 소환장 송달이 제대로 되지 않더라도 한국 법원이 궐석 상태에서 선고를 내릴 수 있다.
재판 결과 실형이 선고되면 한국 사법당국은 일본에 스즈키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할 수 있다. 만약 벌금형이 내려지더라도 스즈키씨는 지명수배 대상이 되며, 한국에 입국할 경우 즉시 체포돼 노역장에 유치된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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