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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되면 160가지 혜택끊겨…'중견 유급생'만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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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되면 160가지 혜택끊겨…'중견 유급생'만 양산

입력
2013.02.1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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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서 전자부품 등을 생산하는 중견기업 A사의 정모(54) 사장은 “3년 전 중소기업을 졸업한 게 그렇게 후회될 수가 없다”며 한숨 지었다. 중견기업이 되면서 연구개발(R&D) 세액공제율이 기존 25%에서 8%로 낮아져 R&D 비용만 해마다 1억원 이상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는 “R&D 비중을 늘려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데 오히려 현실은 딴판”이라며 “주위에선 ‘대기업 되는 일만 남았네’라고 하는데 중소기업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털어 놓았다.

현재 우리나라 중견기업 수는 1,291개. 전체 기업의 0.04%에 불과하다. 인체로 비유하자면 중견기업은 허리에 해당하는데,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기업구조는 ‘개미 허리’인 셈이다. 똑바로 설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적은 수에도 전체 고용의 7.7%를 담당하고 있다. 중견기업이 탄탄해진다면 훨씬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중견기업 기반이 취약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불합리한 지원제도 탓도 있고, 대기업과 경쟁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이 부담스러운 이유도 있다. 혜택에 안주하려는 중소기업인들의 태도에도 문제는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중소ㆍ중견기업인들의 공통된 지적은 중견기업이 되는 순간 너무 많은 지원과 혜택이 사라진다는 것. 박탈되는 지원이 160여 가지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연 매출 800억원, 종업원 수 205명으로 중견기업 진입을 목전에 둔 자동차용 고무부품 생산업체 B사 관계자는 “중견기업이 되면 총 매출액에서 1~2%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회사가 커져 중소기업을 졸업한다면 어쩔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애써 중견기업이 될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중견기업이 될 경우 지원과 혜택이 사라지는 대신 규제는 늘어난다. 최근 동반성장위원회가 외식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까지 신규 출점을 제한토록 한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C 외식업 프랜차이즈업체의 경우 규모나 인지도면에서도 중견기업급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상시종업원수에서 중소기업으로 분류돼 겨우 출점 규제를 피할 수 있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사는 중견기업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인력이 모자란 데도 일부러 신규채용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며 “한마디로 코미디 같은 현실”이라고 말했다. 결국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대로, 중견기업은 중견기업대로 애로를 피할 수 없는 게 지금 현실이다.

정부도 뒤늦게나마 중견기업 육성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육성정책 자체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게 기업들의 지적. 2010년 중소기업을 졸업한 전자부품 생산업체 D사의 한 임원은 2020년까지 세계적 중견기업 300개를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월드클래스 300’ 정책을 꼬집었다. 그는 “서류준비도 복잡하고 지원절차도 까다로워 꼭 이런 걸 해야 하나 싶을 정도”라면서 “그나마 지원금액도 갈수록 줄어 당초 30억원에서 현재는 6억~7억원에 그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업승계에 따른 세금문제도 여전하다. 국회는 최근 가업상속 공제 대상 범위를 매출액 1,500억원에서 2,000억원 이하로 확대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한국가업승계기업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동양종합식품 강상훈(50) 회장은 이에 대해 “법 개정으로 상속세 공제 혜택을 받게 된 가업승계 기업은 90여개에 불과하다. 가업승계를 준비 중인 중소ㆍ중견기업들이 체감하는 효과도 별로 없고 현행 50%인 상속세 비율도 더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한 중소기업인은 “재벌기업은 총수가 1% 밖에 안 되는 지분으로도 그룹전체를 지배하고 결국 자식에게도 물려주지 않냐”며 “하지만 중소기업은 지분 전체를 갖고 있어도 상속세 떼고 나면 가업승계가 어렵다. 이런 게 바로 대기업과 중소ㆍ중견기업의 차별”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중소기업의 손톱 밑 가시를 뽑겠다”, “피터팬 신드롬을 반드시 없애겠다”고 여러 차례 다짐한 상태. 하지만 중소ㆍ중견기업인들은 “언제 중소기업 지원을 약속하지 않은 대통령이 있었냐”라고 여전히 반문하고 있다.

배민권 인턴기자(서강대 경제학과 4년)

이보라 인턴기자(서강대 수학과 4년)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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