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과 여성의 승리였다. 칼린 피터 네처 감독의 루마니아 영화 '차일드스 포즈'(Child's Pose) '가 16일(현지시간) 제63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인 금곰상에 선정됐다. 경쟁부문 수상이 기대됐던 홍상수 감독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은 아무 상도 받지 못했다. 베를린영화제는 17일 막을 내렸다.
영화 '차일드스 포즈' 는 교통사고로 한 아이를 죽인 자신의 아들을 교도소로 보내지 않으려는 한 여성 건축가의 모습을 그렸다. 아들의 파멸을 막기 위해 각계에 뇌물과 협박, 회유를 서슴지 않는 가식적 중년 여인을 통해 루마니아 상류층의 도덕불감증과 위선을 고발한다. 루마니아영화는 2007년 '4개월, 3주… 그리고 2일' (감독 크리스티안 문쥬)이 칸국제영화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뒤 세계 주요 영화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문쥬 감독의 최신작 '신의 소녀들'은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최우수여자배우상과 최우수각본상을 수상했다. '차일드스 포즈'의 여성 제작자 아다 솔로몬은 수상 소감 중에 "국제무대에서 대사 역할을 하는 루마니아영화에 루마니아 정부가 더 많은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은곰상)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철 수집자 삶의 한 사연'(감독 다니스 타노비치)이 받았다. 엄마의 치료비가 없어 위기에 빠진 한 떠돌이 가족의 삶을 담은 영화이다. 이 영화의 나지프 무지시는 최우수남자배우상 수상의 영예도 안았다.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영화에 주어지는 알프레드 바우어상(은곰상)은 캐나다 영화 'VIC+FLO 곰을 봤다'의 드니 코테 감독이 받았다. 최우수여자배우상은 칠레영화 '글로리아'에서 자유분방하게 인생을 즐기는 60대 여인을 연기한 폴리나 가르시아에게 돌아갔다. 최우수감독상은 미국영화 '프린스 애벌런치'의 데이빗 고든 그린 감독이, 최우수각본상은 이란영화 '닫힌 커튼'이 각각 차지했다.
영화제 초반부터 분 여풍은 시상식장으로도 이어졌다. 최우수여자배우상 시상자인 독일감독 안드레아스 드레센은 "올해 경쟁부문엔 여성들의 진출이 유난히 많았다"며 최우수여자배우상 경쟁이 치열했음을 암시했다. '차일드스 포즈' 의 제작자 솔로몬은 "올해는 여성을 다룬 영화가 많았고 여성 감독 영화도 많이 이곳을 찾았는데 결국 여성 제작자가 대상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한국영화론 신수원 감독의 '명왕성'이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영화들의 경쟁부문인 제너레이션 14플러스에서 특별언급상을 수상했고, 김정인 감독의 '청'은 제너레이션 K플러스 부문 단편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다.
베를린=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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