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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평가 찬성하지만 절대적 숫자로 평가돼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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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평가 찬성하지만 절대적 숫자로 평가돼선 안돼"

입력
2013.02.1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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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출신이 대학 총장으로 변신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법무장관을 지낸정성진 전 국민대 총장 정도가 있을 뿐이다. 대학 총장 자리가 그만큼 녹록하지 않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수사에 이골이 난 검사와 학문의 전당인 대학의 수장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여겨 총장 권유를 받았어도 스스로 ‘체념’한 검사들도 있을 것이다.

취임 2주년을 맞은 김희옥(65) 동국대 총장이 대학으로 옮기기 전 마지막 직책은 헌법재판소 재판관이었다. 법무차관과 대전지검장을 지낸 화려한 이력의 ‘김 검사’는 헌법재판관 임기를 1년10개월이나 남겨 놓고 사표를 던졌다. “모교에서 총장을 맡아달라더군요. 한참 고민하다 결론 내렸습니다. 나라를 이끌 인재를 길러내는 일을 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검사나 대학 총장이나 모두 공적인 행위를 하는 소중한 직업 아닙니까.”

그는 동국대 법대 출신이다. 4년 장학생으로 학교를 다녀 검사가 된 뒤에도 늘 빚을 진 느낌이었다고 했다. 임기를 한참 남긴 헌법재판관으로는 드물게 중간에 사임한 기록을 세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 일게다. 당시 그의 대학 총장행은 법조계와 교육계에 큰 화제가 됐었다. 퇴임 뒤 로펌이나 대기업 문을 아무렇지 않게 두드리는 여느 고위 검사들의 행보와는 180도 달랐던 때문이다. “검사나 헌법재판관으로 있을 때 공직 수행을 최고의 보람으로 여겼어요. 변호사 개업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것도 그래서 였죠. 대학 총장도 공직의 연장선이라고 믿었습니다.”

검사에서 대학 총장 변신 2년의 소회를 물었다. “구성원을 설득하는 게 어렵다”는 대답이 단박에 돌아왔다. 어느새 거스를수 없는 과제가 돼 버린 대학 구조조정 등 개혁의 어려움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학과는 영원하지 않습니다. 영원해서도 안 되고요. 시대에 맞게 고쳐져야 하고 변해야 하는 게 바로 전공 학문입니다. 교수와 학생 등 학교 구성원들이 믿고 따라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총장의 역할이라고 봐요. 잘 끌고가야 하는데, 쉽지 않더군요.”

김 총장의 등판을 반신반의했던 동국대 구성원들의 평가는 그리 야박하지 않은 것 같다. 동국대의 한 교수는 “큰 마찰 없이 개혁을 밀어붙이는 뚝심이 대단한 인물”이라고 했고, 다른 교수는 “학교 구성원들과 허물없이 소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2년을 동분서주했다. 기업으로, 관청으로 쉴새없이 뛰어다녔다. 지난 한해에만 180억원의 학교발전기금을 모았고, 도심캠퍼스의 장점을 살리기 어려웠던 각종 규제를 대폭 푸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모든 대학들의 공통적인 고민은 재정이다. 동국대도 예외가 아니다. 김 총장은 정부의 역할을 특히 강조했다. “교육은 공공재이기 때문에 투자 역시 공공성을 지녀야 해요. 정부와 기업, 사회가 함께 대학 재정에 관심을 둬야 합니다. 정부의 지원, 기업의 높은 관심, 사회의 기부문화 확산, 이렇게 3위1체가 돼야 대학의 재정 문제에 숨통이 트일 겁니다.”

사실 검찰은 외부 평가와는 별 상관이 없는 조직이다. 김 총장 역시 이런 분위기에 길들여졌을 터, 하지만 대학의 CEO에게 외부 평가는 ‘저승사자’같은 존재다. 동국대 처럼 인문사회계열 비중이 높은 학교일수록 대학평가에서 상대적 불이익을 받기 쉬운 구조다. 그는 이런 문제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했다. “논문의 숫자나 교수 숫자, 건물크기 따위의 정량적 지표로 대학을 평가해선 곤란합니다. 평가 자체를 반대하진 않지만, 적어도 학교 특성을 반영하는 건 기본입니다.”

김 총장은 제2건학의 토대를 튼실히 닦아 놓는 게 남은 임기의 핵심이 될거라고 했다. 건학이념을 구현하고, 글로벌 창의인재를 육성하고, 국가 연구개발 성장동력을 선도하고, 경영 및 인프라를 첨단화하고, 의료원 내실화와 사회기여 확대 등이 그것이다. “앞으로 5년 뒤면 동국대는 많이 변해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검찰을 떠났지만 그의 시선은 늘 그곳에 머물러 있다. “밖에서 보니 검찰의 문제가 정말 많이 보입디다.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은 하나에요.검사 스스로 ‘검사 정신’을 잊지 말고, 신망 받도록 노력하는 길 밖에 없습니다.”

김진각 여론독자부장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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