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은 세계 주요 국제영화제의 단골손님이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2004년)와 '극장전'(2005년), '다른 나라에서'(2012년)로 칸국제영화제의 꽃인 경쟁부문만 세 차례 찾았다. 2008년엔 '밤과 낮'(2008년)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하지만 매번 돌아갈 때는 빈손이었다.
17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제63회 베를린영화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홍 감독은 2010년에만 '하하하'로 칸국제영화제의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받았다.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받은 유일한 상이다. 국내감독 어느 누구보다 주요 영화제의 러브콜을 받는 감독의 성적치곤 초라하기만 하다. 홍 감독은 14편의 영화 중 8편이 칸의 초청을 받았고, 4편이 베를린에 왔으며 1편은 베니스국제영화제를 장식했다.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이 경쟁부문에서 수상하지 못한 뒤 홍 감독은 정작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 들린다. 그는 평소 상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거듭 밝혀왔다.
홍 감독의 작품들은 언제나 고른 완성도를 보여왔다. 그의 영화는 유럽, 특히 프랑스에서 사랑 받는다. 주요 영화제들이 그의 작품을 선호하는 이유다. 영화제들은 홍 감독 영화를 초청해 언론과 대중의 눈길을 잡으려 한다. 하지만 정작 심사위원들은 입장이 다르다. 강렬한 영화에 상을 줘 관객들에게 진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심사위원들에게 '심심한' 소재와 영상의 홍 감독 영화가 달가울 리 없다. '반복과 변주'라는 홍 감독 특유의 연출 스타일도 약점으로 꼽힌다. 영화평론가 오동진씨는 "홍 감독 영화는 동어반복적이고 지나치게 사적인데다 사회적 담론이 부재한다. 베를린영화제나 칸영화제는 이슈가 좀 있어야 수상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전주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인 김영진 명지대 영화뮤지컬학부 교수는 "홍 감독의 영화는 형식의 정점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영화들의 일관성과 고른 질에 영화제들이 존경을 표하는 정도에 그치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베를린=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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