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러시아 우랄산맥 지역에서 1,200여명의 부상자를 낸 운석우의 모체가 되는 유성체(우주를 떠도는 바위덩어리)가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33배에 달하는 위력으로 폭발했다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밝혔다. 쿠바와 미국에서도 이달 운석우와 비슷한 현상이 발생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유성체로부터 지구를 보호할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NASA에 따르면 러시아 첼랴빈스크주로 떨어진 유성체는 직경 17m, 무게 1만톤으로 대기권에 진입해 대기층과의 마찰로 폭발할 당시 500kt(킬로톤)의 폭발력을 보였다. 진입 속도는 초속 32.5㎞였다. 1kt은 다이너마이트(TNT) 1톤의 폭발력에 해당한다. 2차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폭발력은 15kt였다.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의 피터 브라운 천체학센터 소장도 이번 폭발이 최근 100년 간 지구에 떨어진 유성체 중 가장 강력했다고 분석했다. 이전 최대 규모였던 1908년 러시아 퉁구스카 상공의 유성체 폭발은 40~50kt 수준이었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 러시아 지부는 "첼랴빈스크 및 인근 지역에 있는 핵시설이 파괴됐더라면 체르노빌 원전 참사와 유사한 핵재앙이 일어날 뻔했다"고 주장했다. 첼랴빈스크에는 핵처리 공장, 방사능 폐기물 저장시설 등이 있고, 이웃한 스베르들롭스크주에는 원자력발전소가 가동 중이다. 이에 대해 러시아 원자력공사는 "핵시설은 지진, 홍수, 비행기 추락 등 재해 및 사고를 상정해 설계됐다"며 "운석에 대비한 설계는 하지 않았지만 유성체 폭발로 발생하는 충격파에 안전하다"고 반박했다.
쿠바 관영TV는 중부 로다스시 상공에서 12일 밤 밝은 빛과 함께 큰 폭발이 일어나 건물이 흔들렸다고 보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만 상공에서도 15일 밤 불덩이처럼 보이는 환한 빛이 날아가고 있다는 신고 전화가 여러 건 접수됐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양국 상공에 실제 유성체가 추락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부총리는 "지구를 위협하는 우주물체를 포착ㆍ제거할 국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이번 재난으로 첼랴빈스크 일대 20만㎢ 안에 있는 건물 4,000동이 유성체 폭발의 충격파로 파손됐고, 유리 파편 등에 부상한 1,200여명 중 50여 명이 입원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하일 유레비치 첼랴빈스크 주지사는 피해 복구비를 10억루블(360억원)로 추정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로 민방위 대원 2만여명 및 항공기 7대가 재해지역에 투입됐다.
당국은 얼어있는 수면에 지름 8m의 구멍이 생긴 체바르쿨 호수 등에서 운석(대기권에서 소멸되지 않고 지표면에 떨어진 유성체 잔해) 수색에 나섰다. AFP통신은 "정부보다 먼저 운석을 입수하려는 이들이 인터넷에 최대 30만루블(1,074만원)의 현상금을 걸었다"고 전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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