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의 대상은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장관 검찰총장 등 각 국가기관의 꼭대기 자리 60개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2000년 6월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된 이후 지난해까지 청문회 대상자는 모두 210명. 그 중 임명동의안이 부결되거나 임명이 철회돼 낙마한 후보자는 14명이다.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는 인사청문회 직후 물러났다. 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한 후보자들은 검증 과정에서 도덕성 문제가 불거지는 등 사회적 평판에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확인 결과, 평판과는 별개로, 청문회 낙마 이후 사회적 지위가 급격히 추락한 경우는 없었다. 법조인은 로펌에 들어갔고 학자는 강단에 복귀했다. 청문회 낙마자들은 고위 공직 못지않은 대우와 지위를 보장하는 자리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다.
법조인 등 로펌에 둥지
판사나 검사 출신의 법조인들은 청문회 낙마 후 대부분 로펌에 출근하고 있다. 퇴직한 고위 공직자들의 둥지로 여러 차례 주목을 받은 공동법률사무소 김앤장을 선택한 이들이 눈에 띈다. 지난해 7월 낙마한 김병화 전 대법관 후보자는 낙마 5개월 만에 김앤장 변호사로 영입됐다. 2009년 7월 사퇴한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는 같은 해 10월부터 법무법인 로월드 변호사로 활동하다 2011년 11월 김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법조인 출신은 아니지만 이재훈 전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2010년 7월 공직 후보자가 되면서 김앤장에서 퇴사했다가 8월 청문회에서 낙마하자 10월 김앤장 고문으로 복귀했다. 이재훈 후보자와 같은 시기에 낙마한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으로 영입됐다가 SLS그룹으로부터 로비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징역 3년 6월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2011년 1월 청문회 자리에 서지도 못하고 사퇴한 정동기 전 감사원장 후보자는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로 복귀했다. 또 2012년 2월 국회에서 선출이 부결된 조용환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도 법무법인 지평지성 변호사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로펌들은 급여를 공개하지 않지만 정동기 전 후보자는 청문회 당시 대검 차장 퇴임 후 법무법인에서 7개월간 7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전관예우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 지경부 차관 퇴임 후 장관 지명 전까지 김앤장에서 근무한 이재훈 전 후보자는 15개월 동안 4억9,000만원을 받았다.
MB정권 조각 멤버 3인방 활발한 활동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할 때 조각 명단에 포함됐다가 낙마한 3인의 장관 후보자는 5년간 다양한 활동을 했다. 남주홍 전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로 복귀한 후 2010년 명예직인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에 임명됐다. 2011년 8월 주캐나다 대사에 임명되면서 학교를 휴직한 그는 지난해 5월에는 국가정보원 제1차장에 올랐다.
이춘호 전 여성부 장관 후보자는 2009년 3월 KT 사외이사가 됐다. 또 2009년 9월에는 3년 임기의 EBS 이사장에 올랐고 지난해 9월 연임에 성공했다. KT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사외이사의 평균 연봉은 7,000만원이다.
박은경 전 환경부장관 후보자는 2009년 7월부터 3년간 한국물포럼 총재를 지냈고 2010년 4월부터는 통영지속가능발전교육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2011년에는 외교통상부 수자원협력대사에 임명됐으며, 지난해 5월부터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외교통상부, 통영지속가능발전교육재단,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측은 박 전 후보자가 맡은 직위는 무보수 명예직이라고 밝혔다.
교수, 정치인 등 전직 복귀
학계 출신 인사들은 대부분 대학으로 돌아갔다.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윤성식 전 감사원장 후보자는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다. 2002년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서 물러난 장상 전 국무총리 후보자도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로 복직했다가 2005년 3월 정년 퇴임했다.
전효숙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법조인 출신이지만 학계에 몸담고 있다. 2006년 임명 절차 위법성과 코드인사 논란 등으로 낙마한 그는 2007년 10월 이화여대 법학과 교수로 임용됐고 지난해에는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장에 올랐다.
김태호 전 국무총리 후보자는 정계 복귀에 성공했다. 2010년 청문회 후 사퇴한 그는 이듬해 4월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후보로 나서 당선됐고 지난해 재선됐다. 장대환 전 국무총리 후보자는 매일경제신문 대표이사 회장 자리에 다시 앉았다.
장상·이재훈, 투기 논란 샀던 부동산 복지·장학 재단에 기부
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된 문제를 사후에 해결한 경우도 있다. 이재훈 전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 논란의 중심이었던 쪽방촌 건물을 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상 전 국무총리 후보자도 부동산 투기 의혹을 샀던 땅을 복지기관에 맡겼다.
이재훈 전 후보자는 2010년 청문회에서 부인이 지인 2명과 함께 매입한 서울 종로구 창신동 뉴타운 개발 예정지 쪽방촌 건물 때문에 집중 비판을 받았다. 그는 당시 "부적절하게 매입한 재산을 자선단체에 기증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고 "깊이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최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고향 쪽에 어려운 학생들을 도와달라고 부동산을 넘겼다"고 말했다. 해당 부동산인 창신동 430-28번지 건축물대장 확인 결과 그의 부인이 소유했던 지분(전체의 3분의 1)은 2010년 12월 31일자로 재단법인 전남인재육성재단으로 이전됐다. 전남인재육성재단 사무국 관계자는 "시가는 2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아직 부동산을 팔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장상 전 국무총리 후보자는 2005년 이화여대에서 정년퇴임을 하며 "청문회 당시 문제가 됐던 양주의 땅을 동료 교수가 관여하는 사회복지재단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2002년 청문회에서 그는 경기 양주군 백석읍 기산리 일대 땅을 지인 5명과 함께 소유한 것으로 밝혀져 부동산 투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해당 부동산인 기산리 159번지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그가 소유했던 지분 6분의 1은 2005년 1월 27일자로 사회복지법인 대길사회복지재단으로 이전됐다. 대길사회복지재단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재형 전 서울대 영상의학과 교수는 "땅을 소유했던 여섯 분 중 장상 교수와 다른 한 분이 지분을 기부했고 나머지는 제가 매입해 기부했다"며 "재단이 2008년 이곳에 영파실버홈 사랑의집이라는 요양시설을 지었다"고 말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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