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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마자들 청문회 트라우마 "부덕의 소치… 말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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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마자들 청문회 트라우마 "부덕의 소치… 말하고 싶지 않다"

입력
2013.02.1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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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 낙마자들은 검증 과정에서 자신에게 쏟아진 질문에 "불찰이었다"고 사과하거나 "관행이었다"고 변명하거나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뺌하거나 "터무니없는 이야기"라며 항변했다. 시간이 흐른 지금, 그들은 청문회를 어떻게 돌아보고 있을까. 청문회 낙마자 전원(복역중인 신재민 전 후보 제외)과 접촉을 시도했다. 그들은 한결같이 청문회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를 꺼렸다.

청문회의 의미를 얘기한 사람은 김태호(새누리ㆍ전 국무총리 후보자) 의원 뿐이었다. 몇 차례 거절 끝에 말문을 연 그는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돌아보고 성찰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은 아픈 부분도 있겠지만 국민들이 공직에 대해 기대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더 엄격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인이라는 이름으로 일하기 어려운 시대가 온다"고 말했다. 사퇴 당시 "비는 내리고 어머니는 시집간다"는 말로 심경을 표현했던 그는 "자꾸 이야기 하면 변명처럼 들린다. 다 내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고 말을 줄였다.

한때 공직 후보자였지만 이제 민간 영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모두 청문회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입을 닫았다. 청문회 자리에 서지도 못하고 사퇴 의사를 밝히며 "재판 없는 사형선고"라고 강하게 반발했던 정동기 전 감사원장 후보자는 "부덕의 소치고 남 탓 할 게 없다"며 "내가 공직 후보자도 아니고"라며 인터뷰를 피했다. 이재훈 전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더 이상 입에 안 오르내리고 잊혀졌으면 좋겠다. 자꾸 아픈 상처 끄집어내고 싶지 않고 그 문제로 지상에 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는 "다 잊어버리고 사는 사람"이라며 "시대가 그러면 팔자가 그런 것이고 부덕의 소치니까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조용환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는 "별다른 소회도 없고 청문회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 게 좋아 보이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성식 전 감사원장 후보자도 "청문회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 중"이라며 "지금은 때가 아니고 몇 년 후에나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이들도 간접적으로 청문회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김병화 전 대법관 후보자는 같은 로펌에 근무하는 검사 시절 선배를 통해 "언론과 인터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뜻을 전했다. 국회가 임명동의안 처리를 미루자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행위야말로 헌정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이라고 정치권을 비판했던 전효숙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재직 중인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에 대한 질문이 아니면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박은경, 이춘호, 장대환 전 후보자도 소속 기관을 통해 청문회에 대한 인터뷰 거절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한 낙마자는 익명을 전제로 청문회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인민재판 하듯이 하고 청문회 지나면 아무도 기억을 못하고 의혹을 막 부풀려서 확산시켜 놓고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중에 시비 걸면 무슨 소용이 있겠냐. 사람 다 만신창이가 됐는데 아니면 말고 지나가면 그만인가"라고 말했다.

장상 전 국무총리 후보자도 청문회 이듬해 펴낸 자서전에서 청문회 과정에서 받은 충격과 상처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는 학력 위조 논란 등을 예로 들며 "특위 위원들이 나를 피의자로 여긴다는 사실이 상당히 불쾌했다. 나의 말을 이상하게 해석하며 몰고 가는 청문회 분위기에 충격을 받았고, 무척 당혹스러웠다"고 썼다. 또 그는 "인준 부결 이후 처음에는 충격 때문에 현실을 똑바로 볼 수 없었다. 높은 데서 떨어지면 처음에는 충격 때문에 아무것도 느낄 수 없지만 서서히 온몸에 피멍이 들고 아파오는 것처럼 날이 갈수록 마음이 아팠다. 부도덕이라는 단어만 보면 피가 거꾸로 솟는 듯했다"고 적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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