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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를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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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를 책임'

입력
2013.02.15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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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 X파일'에 담긴 '떡값 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노회찬 전 의원의 유죄 확정 판결이 적잖은 논란을 불렀다. 2011년 3월 MBC 이상호 기자 등의 유죄 확정 때나 2005년 X파일 공개 직후에 일었던 논란과 비슷하다. '알 권리'보다 '공익'이 자주 언급되는 차이만 엿보인다. 앞서 법적 판단이 내려진 언론보도와 노 전 의원의 행위의 차이에 비추어 당연하다. 혹독한 논란을 거치고도 한국사회의 법 의식이 제자리 걸음만 거듭한 셈이다.

■ 통신비밀보호법은 통신비밀 보호와 통신 자유 신장이 목적(제1조)이다. 이를 위해 누구든지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는 엿보거나 엿듣지 못하고(제3조), 그렇게 얻은 내용(정보)을 공개ㆍ누설할 수 없도록(제11조 3항) 금지 행위를 명확히 규정했다. 또 불법적 엿보기와 엿듣기는 10년 이하(제16조 2항), 내용 공개ㆍ누설은 5년 이하의 징역(제16조 4항)에 처한다는 등의 벌칙도 두었다. 노 전 의원의 행위는 명백히 이를 위반했다.

■ 다만 그것이 형법 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을 조각할 수 있느냐가 후속 관심사이자 법정 다툼의 핵심이었다. '공익'의 거론도 그 과정에서였다. 그러나 그의 행위는 대법원의 정당행위 판별 잣대인 '동기와 목적의 정당성, 수단과 방법의 적정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균형성, 긴급성, 보충성'을 다 채우지 못했다. 국회 발언을 앞둔 보도자료 배포 행위야 면책특권의 대상이 되지만 그 뒤의 인터넷 공개는 당장 보충성 요건과 부딪친다.

■ '법 감정'주장도 허술하다. 균형감각을 결여한 '법 감정'까지 존중할 수는 없다. 도청을 자행한 '미림팀'은 처벌하고, 그 내용을 퍼뜨린 사람은 그냥 두는 것보다 더한 불균형이 있을까. 떡값을 주고 받은 삼성 관계자와 검사들에 대한 '관용'을 부각하려는 자세는 불법 증거에 기댈 수 없다는 형사절차법 대원칙의 무시다. 헌법과 법률은 남의 사생활에 대해 '모를 책임'을 국민에 요구하고 있다. 그 자각이 '집단 관음증'을 떨치고 법치를 바로 세울 길이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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