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도 아닌데 총리 표창과 경찰서장 표창 등을 비롯해 30여 차례나 표창장과 감사장을 받은 ‘현행범 잡는 택시기사’가 있다. 이필준(54)씨다. 그는 올해까지 18년간 택시기사로 일하면서 뺑소니범 절도범 등 현행범 7명을 현장에서 직접 붙잡아 경찰에 넘겼다. 그러다 보니 이젠 사건사고 현장을 목격하면 무의식적으로 몸이 먼저 반응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그는 15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매번 위험한 상황을 겪지만 당시에는 그런 걸 고려할 겨를조차 없었다”며 “범법자를 잡고 현장을 벗어난 뒤에야 ‘정말 아찔했다’는 생각에 한숨을 돌린다”고 말했다.
가장 최근에 잡은 현행범은 음주뺑소니범. 지난해 12월 중순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사거리에서 정차 중인 차와 사고를 내고 곡예운전을 하며 달아난 운전자를 1㎞나 추격해 결국 붙잡았다. 일을 팽개치고 죽자고 쫓아간 것은 음주운전 차량으로 인한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였다.
사실 이씨는 이전부터 서울 동작구 일대에서 ‘호루라기 아저씨’로 유명했다. 택시기사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단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차가 가장 막히는 출근시간에 2시간 넘게 교통정리 봉사활동을 한다. 개인택시 기사와 달리 당일 택시를 운행해 번 돈 중 일정액을 사납금으로 회사에 입금해야 하는 영업용 택시기사로선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본업인 택시기사 외에 매일 봉사활동을 하고 틈만 나면 위험을 무릅쓰고 범법자를 쫓으면서도 이씨는 지난해 여름 방재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태풍이나 홍수피해를 입은 지역에서의 체계적인 봉사활동을 위한 나름의 준비다. 그는 “돈을 버는 것 이상의 보람된 일을 하고 싶었고, 나 하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편해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했다. “경제적으로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가족들에게는 늘 미안하지만 얼굴을 알아보고 건네는 동네 사람들의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제겐 피로회복제입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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