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범죄위원회(CCC)가 1930년 알 카포네(1899~1947) 이후 처음으로 공공의 적 1호를 지정했다. 1920년대 시카고에서 활동했던 카포네는 금주법 시대에 밀주와 도박, 매춘 등으로 막대한 돈을 벌었던 폭력조직의 거부다. CCC는 카포네가 1929년 2월14일 라이벌 조직원 7명을 처참하게 살해한 ‘성 밸런타인 대학살’ 이후 그를 공공의 적 1호로 지목했다.
이번에 새로 지정된 공적 1호는 세계 최대 마약조직인 멕시코 시날로아의 두목 호아킨 구스만이다. J R 데이비스 CCC 위원장은 14일 “카포네 이후 구스만과 그의 조직만큼 공공의 적 1호에 어울릴 만한 이는 없었다”며 “이들은 시카고에서 마약을 미국 전역으로 퍼뜨리고, 마약자금을 세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스만은 제2의 카포네라 할 정도로 범죄행각이 카포네와 비슷하다. 시카고를 주무대로 카포네는 술을, 구스만은 마약을 밀매해 엄청난 부를 쌓았다. 살인과 강도 등 폭력사건의 상당수가 구스만의 조직과 연루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스만은 2009년 이후 연속으로 경제전문 잡지 포브스가 선정한 억만장자에 올랐다. 재산이 1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잭 라일리 시카고 마약단속청 청장은 “둘 다 시카고를 근거로 각종 범죄를 저질렀다”며 “둘을 링 위에 올리면 아마 구스만이 카포네를 산 채로 잡아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당국은 시카고가 마약과 자금의 주요 교환처로 이곳에서 미국에서 밀매되는 마약 대부분이 거래된다고 밝혔다.
50대 중반의 나이로 작은 키 때문에 ‘엘 차포’(스페인어로 작다는 뜻)로 불리는 구스만은 멕시코에서 마약밀매 혐의로 투옥됐지만 2001년 세탁 바구니를 이용해 탈옥한 후 행방이 묘연하다. 외신들은 그가 멕시코의 험준한 산악지대에 사병을 거느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마약을 미국 내로 밀반입한 혐의로 구스만에 500만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CCC는 공공의 적 명단을 작성해 범죄자 검거에 활용하고 있으며, 연방수사국(FBI)도 일급 수배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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