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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미래, 종교를 넘어선 도덕을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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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미래, 종교를 넘어선 도덕을 키워라

입력
2013.02.1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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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더이상 미래 이끌 수 없어새 대안은 바로 현세적 도덕… 인간 기본적 내적 가치 개발해야"종교지도자의 종교 초월한 깨달음마음을 공부해 파괴적 감정 통제… 타인에 대한 이해인 자비가 토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오늘날의 세상 현실은 종교에 바탕을 둔 도덕이 더 이상 적합하지 않고, 종교를 넘어선 영성과 도덕에 대해 생각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종교는 더 이상 미래를 이끌 수 없으므로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 그 대안은 바로 현세적 도덕이다. 현세적 도덕은 자비와 인내, 관용, 만족 등 지금 바로 실천할 수 있는 내적 가치를 뜻한다."

뜻밖에도 이 말은 전 세계인을 힐링해 주고 있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이자 1989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제14대 달라이 라마(텐진 갸초ㆍ77)가 새로 펴낸 에서 한 것이다. 달라이 라마 스스로도 "아주 어린 시절부터 승복을 입고 살아온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이 이상해 보일 수도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1935년 중국 티베트족 자치구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다섯 살 어린 나이에 달라이 라마에 올라 중국의 티베트 강제 병합에 저항해 1959년 인도로 망명한 뒤 2011년까지 티베트 망명정부를 이끌었다. 그는 지난 50여 년의 인도 망명생활과 지난한 삶을 돌아보며 인류 평화와 행복을 숙고한 끝에 종교의 한계를 인정하고, 종교 밖 세상을 이끌 새로운 메시지를 이 책에 풀어놓았다.

하나의 도덕과 종교를 기준으로 세상을 가늠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그는 말한다. 1960년대 후반부터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불평등과 부정부패, 불공정, 가족해체, 가정폭력 등으로 현대인들이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에 빠지고, 고독에 시달리는 것을 그는 보았다.

그는 이런 문제가 현세적 도덕의 빈곤에서 비롯됐다고 인식한다. 우리가 삶의 외향적이고 물질적인 측면에는 지나치게 관심을 쏟지만, 자비와 인내, 관용, 만족 등 도덕 윤리나 내적 가치에는 무관심하다고 지적한다. 다행히 훈련을 통해 근육을 키우고 육체적 능력을 발달시키듯이 내적 가치는 의지를 갖고 키울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책은 크게 2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다. 1장에서 달라이라마는 '현세적 도덕'에 대해 설파한다. 그는 종교가 과거 수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세속에 찌든 오늘날에는 종교를 넘어선 인간 본성의 내적 가치, 즉 개인적 진실성에서 기인하는 '현세적 도덕'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그는 종교를 넘어선 현실 인식과 내적 각성을 바탕으로 서로 관용과 존경을 나누고, '종교=도덕'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인간 본연의 자비심과 사랑으로 서로를 이해한다면 종교가 주지 못한 평화와 행복을 실현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런 자신감은 인간은 본래 선하다는 그의 신념에 근거하고 있다.

2장에서는 종교와 무관하게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자비와 인내, 관용, 만족 등 내적 가치를 어떻게 고양하고, 어떻게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달라이 라마는 현세적 도덕을 실천으로 연결하려면 마음 교육이 우선이라고 역설한다. 마음 교육은 조심스러움, 깨어 있는 마음, 자각에서 출발한다. 조심스러움이란 주의 깊게 경계하는 자세이고, 깨어 있는 마음은 우리 자신의 행동양식을 자각하고 불필요한 습관이나 생각을 내려놓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자각은 자신의 행동을 관찰하고 이를 통해 스스로를 통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달라이 라마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분노나 질투 등 파괴적인 감정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선한 행동을 하는 것, 그것이 곧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고 결론 내린다.

달라이 라마는 이 책의 상당 부분을 파괴적인 감정과 이를 통제하는 방법에 할애하고 있다. 우리는 파괴적인 감정을 탐욕, 분노, 증오 등 단어로 정의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달라이 라마는 모든 감정은 목적이 있고, 그 자체로 파괴적인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가 가장 파괴적이라고 생각하는 분노 조차도 불의에 대항하는 격분이라면 좋은 에너지가 된다. 그러나 파괴적인 감정이 현실을 왜곡하고 균형감각을 상실한 감정이라며,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큰 장애물이므로 자제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종교 백화점'으로 불릴 만큼 다양한 종교가 혼재하고 종교간 반목도 끊이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해야 개인과 사회가 모두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 있을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은 2011년 12월 미국 호턴 미플린 출판사에서 영어로 출간된 것을 번역한 것이다. 달라이 라마가 단독으로 지은 책은 100여권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국내에만 41권이 번역 출간됐다. 국내 출간 책 가운데는 2001년에 나온 (달라이 라마ㆍ하워드 커틀러 공저, 류시화 옮김)이 51만부가 판매돼 가장 많이 팔렸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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