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한 여자가 남자를 바꿔가며 호텔에 드나든다고 신고할 수는 없잖아요.”(호텔)
“증거 없이 단속하겠습니까. 열어보고 일반손님이면 우리가 책임지겠습니다.”(경찰)
15일 오후 ‘성매매확산 차단을 위한 강남권 관광호텔 간담회’가 열린 서울 강남경찰서에는 경찰과 강남지역 호텔 사이에 묘한 냉기류가 흘렀다. 이 자리에는 관내 관광호텔 및 특급호텔 30여곳의 대표이사, 총지배인들과 경찰ㆍ구청측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
유흥업소나 오피스텔과 달리 성격상 단속의 사각지대나 다름없는 호텔 성매매가 확산조짐을 보이자 경찰이 호텔 측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강남경찰서장 주재로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경찰은 “성매매 일당이 이 호텔 저 호텔 옮겨가며 영업 중”이라면서 호텔측에 경찰 단속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경찰관계자는 "로비에서 자주 전화하는 사람, 동일인이 수시로 드나들거나 마스터키를 웨이터들에게 맡기는 경우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정황”이라며 “호텔이 이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한다면 미필적 고의에 해당돼 처벌받을 수 있다”고 압박했다.
하지만 호텔측은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굳은 표정으로 설명을 듣던 한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객실 손님의 사적 공간을 보호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면서 “경찰이 올 때마다 객실 문을 열어주면 영업에 큰 지장이 생긴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찰 협조에 응했는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 호텔의 이미지 실추를 예방하는 효과도 크다”는 점을 강조하며 설득에 나서자 분위기는 다소 누그러졌다. 한 호텔 관계자는 "호텔 측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경찰이 사안별로 알려달라"며 대응법을 묻기도 했다.
양측이 서로 긴밀한 정보 공유와 협조를 약속하면서 간담회는 끝났지만 호텔 관계자들은 “호텔이 언제 성매매 장소로 전락했냐”는 듯 씁쓸한 표정이었다.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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