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극 만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미국의 흑인차별을 꼬집고 싶었어요. 노예제도는 미국의 원죄이며 지금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이런 미국의 잔혹사를 보여주려는 겁니다.”
미국의 쿠엔틴 타란티노(50) 감독은 15일 일본 도쿄 웨스틴도쿄호텔에서 신작 ‘장고: 분노의 추적자’의 3월 한일 개봉을 앞두고 한국 기자들과의 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각본을 쓰고 연출해 지난해 말 미국에서 개봉한 ‘장고’는 올해 골든글로브에서 각본상과 남우조연상을 수상했고, 24일 열리는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여러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영화엔 개성파 배우 제이미 폭스(장고)와 전성기를 누리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칼뱅 칸디에),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및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에 빛나는 오스트리아 출신 크리스토퍼 왈츠(닥터 킹) 등 쟁쟁한 배우들이 등장한다.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독일 출신 미국인 닥터 킹의 도움으로 노예 신분에서 해방돼 현상금 사냥꾼이 된 장고가 팔려간 아내를 구하기 위해 악덕 농장주 칼뱅 칸디에와 벌이는 대결을, 많지는 않지만 살벌한 총격전과 인상적인 사운드트랙으로 엮어 로드 무비 스타일로 그려냈다.
미 남북전쟁 발발 2년 전인 1858년 남부 텍사스를 무대로 펼쳐지는 장고의 아내 찾기는 언뜻 서부극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인디언을 버무린 단순한 선악 갈등과 총격전이 뼈대인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들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저수지의 개들’, ‘펄프 픽션’, ‘킬 빌’ 시리즈 등 개성적인 작품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아온 타란티노 감독은 “영화에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유일한 백인으로 등장하는 크리스토퍼 왈츠를 독일 출신으로 설정한 것은 (영화를 통해)미국인이 미국인의 인종차별을 사죄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미국사회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에 대한 고발로도 읽을 수 있다.
타란티노 감독은 최근 한국 감독들의 할리우드 진출에 대해 “박찬욱의 팬이고 봉준호도 좋아한다”며 “이런 재능 넘치는 감독들이 할리우드에서 어떻게 영화를 만드는지 지켜보는 것이 흥미롭다”고 했다. 이어 “영화계에는 수년마다 특정 지역의 영화가 두각을 나타내는 경향이 있는데 지금은 바로 한국”이라며 “‘살인의 추억’, ‘JSA 공동경비구역’은 20년간 봐온 중 가장 재미있는 영화”라고 덧붙였다.
도쿄=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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