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그룹이 외환위기 후 14년간 이어 온 KB금융지주와의 전략적 제휴관계를 청산했다. 자체 구조조정 차원의 조치라는 설명이지만, 지난해 말 무산된 KB금융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무산의 후폭풍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ING그룹 네덜란드 본사는 14일(현지시간) 보유 중이던 KB금융 지분 5%를 블록세일 방식으로 매각했다. 이번 매각으로 확보한 5억유로(약 7,200억원)는 ING가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수혈 받은 공적자금 상환에 쓰일 예정이다. ING는 그 동안 네덜란드 정부와 유럽연합(EU)과의 협의에 따라 아시아 지역 투자지분 매각을 추진해 왔다.
ING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당시 KB금융의 전신이었던 주택은행의 구원투수로 인연을 맺었다. 대외신인도 확보와 자본유치에 목말랐던 주택은행에 3,000억원(지분 9.99%)을 투자해 이사 파견 등으로 경영에 참여했다. 이후 주택은행이 국민은행과 합병한 후에도 4%대까지 낮아진 KB금융 지분율을 다시 5%대로 늘리며 자산운용, 직원연수 등 다양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다. 최근까지도 2대 주주로서 이사회에 사외이사를 파견했으나 이번 지분 정리로 이 역시 종료되게 됐다.
금융권에서는 작년 12월 KB금융이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포기한 것과의 관련성을 거론한다. ING가 KB금융과의 특수관계를 활용해 자회사 매각을 추진하다 무산되자 더 이상의 제휴가 무의미해졌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최근 구제금융 상환시한을 올해 말에서 내년 말까지로 연장 받은 ING는 올 상반기 중 ING생명 매각을 재추진할 계획이지만 이번 매각조치로 KB금융은 후보군에서 완전히 멀어지게 됐다. 이날 KB금융 주가는 코스피지수의 보합 마감에도 불구, ING 지분매각 여파로 2.11%나 하락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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