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트 로커'(EBS 밤 11시)는 이라크 파병 미군 폭발물 제거반(EOD) 분대원들의 일상을 그린 영화다. 이들이 활동하는 '킬 존(Kill Zone)'은 폭발물이 설치된 지점으로부터 25m 이내의 거리를 의미한다. 폭발은 곧 죽음을 의미하는 이 죽음의 공간에서 마치 스릴을 즐기듯 폭탄을 해체하는 분대장 제임스. 그는 873개가 넘는 폭탄을 해체한 비결이 뭐냐고 묻는 상사의 질문에 '죽지 않으면 된다'고 대답하고, 해체한 폭탄의 부품을 기념품처럼 모아둔다.
무모하리만큼 저돌적인 제임스를 유일하게 주춤거리게 하는 존재는 고국에 있는 전처와 아이뿐이다. 영화는 전쟁으로 인해 황폐화된 인간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고 있다. '허트 로커(hurt locker)'는 미군에서 쓰이는 슬랭으로 벗어나기 어려운 물리적 혹은 감정적인 고통의 기간을 의미한다.
여성 감독 캐서린 비글로우의 작품이다. 여성감독 특유의 섬세한 심리묘사와 생동감 넘치는 연출을 통해 군인들의 공포와 긴장감을 완벽하게 살려, 여성 감독 최초로 아카데미와 미국영화감독조합(DGA)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2008년작. 원제 'The Hurt Locker'. 15세 이상.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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