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보호규제가 자칫 '고용 역풍'을 불러 일으킬 조짐이다. 영업시간 규제, 출점 제한 등으로 사실상 영업확장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해당 대형마트와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올해 추가 인력채용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등 출점 제한을 받기 시작한 유통업체들은 새해가 시작된 지 두 달이 다 되어가도록 금년도 투자 및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지난 5년간 평균 6, 7개의 점포를 출점했던 이마트는 올해는 신규점포를 1, 2개 밖에는 내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저도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정여부에 따라 실제 출점이 가능할지 미지수인 상황이다.
이마트는 2011년 6개 점포를 열며 2,657명을 채용했지만 지난해에는 9개의 점포를 열면서도 857명을 채용하는데 그쳤다. 일요일 의무휴업 등 규제로 인해 신규채용보다는 기존인력의 순환배치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올해는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규제와 출점 제한이 더 강화돼 채용 자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홈플러스는 이미 지난달부터 신규 출점 담당부서 직원 170여명을 대상으로 퇴직금과 1년치 연봉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으며 사실상 감원에 들어갔다. 현재 홈플러스 정규직은 4,839명으로 지난해 3월보다 144명 줄었고, 전체 인력은 2만6,529명에서 2만4,483명으로 2,046명이나 감소했다. 회사 관계자는 "안타깝지만 잉여인력은 그대로 끌고 갈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SSM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지난해 40개 점포를 신규 출점했던 롯데슈퍼는 올해는 대폭 강화된 규제로 인해 현재까지 출점 계획 자체를 잡지 못했다. 이에 따라 롯데슈퍼는 올해부터 필수인력을 제외하고는 가급적 신규채용을 자제하는 방향으로 인력계획을 짜고 있다.
최근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신규 출점이 어려워진 프랜차이즈 제과점과 외식업체들도 신규 투자와 고용을 미루고 있다.
제과점의 경우 매년 2% 이내에서 신규 출점이 가능하지만, 자체 가맹점은 물론 다른 동네 제과점 기준으로도 500m 이내 출점이 금지돼 사실상 새로 점포를 내는 게 불가능해졌다. 업계에서는 "농촌과 어촌에서나 출점해야 할 판인데 어떻게 새로 사람을 뽑을 수 있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은 그 동안 주력해 온 빵집 등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벗어나 '멜론'이나 '벅스뮤직' 같은 음원 사업에 신규 진출키로 했다.
뚜레쥬르, 빕스, 비비고 등을 운영하는 CJ푸드빌은 제과업과 외식업 모두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신규 출점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투자와 고용계획을 모두 미뤘다. 지난해 기업급식 분야가 공공기관에서 철수하고 올해는 사보텐 등 외식 분야가 중기 적합업종에 지정된 아워홈은 그 동안 매년 식품영양학과, 조리학과 졸업생을 30~40명씩 뽑았지만, 올해는 인원은커녕 채용여부 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매출 200억, 직원 200명을 넘으면 지정대상이라는 동반성장위 기준 때문에 직원 200명을 넘지 않기 위해 채용을 꺼리는 회사마저 있다"면서 "역세권 기준과 신규브랜드 등 주요 의제가 3월 말 최종 결정되는 만큼 업계가 그때까지는 일단 모든 결정을 보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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