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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어들기·꼬리물기, 블랙박스에 찍혀도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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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어들기·꼬리물기, 블랙박스에 찍혀도 그만"

입력
2013.02.1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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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경기 화성시의 한 사거리에서 직진 신호를 받은 A씨는 우회전하려다 갑자기 앞으로 끼어든 화물차 때문에 급정거했다. 안 그래도 우회전 차로에서 얌체족의 끼어들기가 빈번한 터라 울화가 치민 A씨는 쫓아가 따졌지만 화물차 운전자는 "방향지시등을 켜고 들어왔다"며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

분을 참지 못한 A씨가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차량용 영상녹화장치(블랙박스).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로 본 블랙박스 영상에는 화물차의 난폭운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A씨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인터넷 국민신문고에 접속한 뒤 블랙박스 영상을 첨부해 화물차를 신고했다.

몇 년 전부터 급속히 보급된 차량용 블랙박스가 '도로의 무법자'들을 응징하는 비장의 무기로 부상하고 있다. 이제 경찰이나 CCTV만 피하면 난폭, 불법운전이 통하던 시대는 종말을 고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교통법규 위반 신고건수는 16만7,295건으로, 2011년의 9만5,744건에 비해 무려 7만1,551건(75%)이나 늘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교통 위반 신고 건수 증가는 대부분 시민들이 보낸 사진과 동영상 때문"이라고 말했다.

형법상 교통법규 위반은 누구나 영상매체나 엽서, 전화 또는 직접방문 등을 통해 경찰에 신고 할 수 있다. 특히 영상매체 신고는 2010년 6만4,181건에서 2011년 6만9,105건으로 소폭 증가하다 지난해 12만7,516건으로 5만8,411건이나 급증했다. 여기에는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뒤 경찰로 넘어온 약 2만4,000건도 포함돼 있다.

이처럼 영상매체 신고가 증가하는 동안 블랙박스도 2010년 30만대 수준에서 지난해에는 130만대 이상으로 급속히 늘어났다.

최근 블랙박스 성능은 풀HD급 화질로 향상돼 위반 사실을 입증하기도 한결 수월해졌다. 뛰어난 성능 덕분에 블랙박스는 주차 차량을 파손하고 달아난 차량을 붙잡는 등 도로 위에서 전방위로 활약 중이다. 지난해 11월 초 울산에서는 70대 할머니를 치어 숨지게 하고 달아난 차량이 근처를 지나던 차량의 블랙박스에 찍혀 꼬리를 잡히기도 했다.

하지만 블랙박스 신고의 허점을 악용하는 운전자들도 있다. 신호위반, 과속, 중앙선침범, 버스전용차로위반, 고속도로 갓길 통행, 주정차위반, 긴급차량우선통행위반의 경우 범칙금을 내지 않으면 범칙금 액수에 1만원을 더 붙여 차주에게 과태료를 물릴 수 있다. 범칙금은 벌점이 부과되지만 행정처분인 과태료는 비싼 대신 벌점이 없다.

반면 블랙박스로 잘 잡아낼 수 있는 끼어들기와 꼬리물기는 현행법상 범칙금 불이행 시 과태료를 물릴 수 없다. 경찰 관계자는 "차주가 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버티면 제재를 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끼어들기 위반 등을 인정하지 않는 운전자가 상당하고 경찰 인력의 한계로 일일이 조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3년 전 끼어들기 영상단속에도 과태료를 물릴 수 있는 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회기가 끝나며 유야무야 됐고 지난해 6월에서야 개정안이 재발의된 상태다. 경찰청 관계자는 "끼어들기로 인한 교통흐름 방해와 운전자들의 스트레스가 높은 만큼 과태료 전환이 가능하도록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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