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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에 대한 갈증, 불편한 몸도 막진 못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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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에 대한 갈증, 불편한 몸도 막진 못 했죠"

입력
2013.02.1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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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불꼬불한 파마 머리의 신미자(67ㆍ지체장애 5급)씨와 눈가에 잔주름이 보이는 김선주(43ㆍ지체장애 3급)씨는 26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중ㆍ장년 여성들을 위한 교육기관인 서울 마포구 일성여중고에서 2년간 학업을 마치고 뒤늦게 중학교(김씨), 고등학교(신씨) 졸업장을 받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14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꿈에 그리던 졸업장을 받게 돼 기쁘다"며 "학업을 계속 이어가 공부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씨는 척추가 왼쪽으로 휘는 척추측만증이 심해져 중학교 1학년 때 휴학한 뒤 약 30년간 배움의 기회를 놓쳤다. 1남3녀 중 첫째인 그는 보조기구를 착용하고 집안일을 돕는 일에 머물러왔다. 이러는 사이 나머지 형제는 모두 대학을 졸업하면서 못 배운 한도 쌓여갔다. 설상가상으로 병세가 악화해 기울어진 체형에 눌린 왼쪽 폐 기능은 멎었고, 심장 기능도 둔화해 산소공급이 정상인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몸이 약해 치료 마저 어려웠던 그에게 "언니가 원하던 공부 마음껏 했으면 좋겠다"는 여동생의 말 한마디가 학교 문을 다시 두드리게 했다. 2년 전 학교에 등록했다. "몰랐던 분수나 백분율 개념을 배워 일상 생활에서 돈 계산할 때 사용하니까 수학이 정말 재미있더군요. 봉천동 집에서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매일 1시간씩 통학해도 힘들지 않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김씨는 "구청에서 등록금(3개월 68만여 원)을 내주지만 책 구입 등 공부하기엔 좀 부족하다"고 말했다.

골반과 허벅지 부위에 '골괴사증'이 발병해 2008년 2월 인공뼈를 삽입하는 수술을 받은 신씨도 배움의 즐거움은 남달랐다. 그는 "가족의 만류로 중학 시험을 포기한 뒤 야간학교를 다니려고 고향인 충남 보령에서 서울로 몰래 도망쳤다"며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한문 공부를 열심히 해 한문지도사자격증도 취득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오래 앉으면 다리가 아파 수업 중에도 20분 마다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신씨)한 걸 잘 참아주고, 허리 통증 때문에 청소 당번에서 제외(김씨) 해주는 등 배려해준 친구들과 선생님 덕분에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김씨는 고교에 진학하고, 신씨는 일성여중고와 같은 재단의 만학도 교육기관인 양원주부학교에서 대학생 교양강좌에 해당하는 '전문부'에 등록할 계획이다. "컴퓨터 공부를 열심히 해 웹디자이너가 될 겁니다."(김씨) "소외된 아이들과 학교를 다니지 못한 주부들에게 무료로 한자를 가르쳐 주고 싶어요."(신씨)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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