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안기부 X파일’에 들어있는 ‘떡값 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로 기소된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노회찬 의원에 대해 원심대로 유죄를 인정했다.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은 노 의원은 일반 형사사건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원직을 잃도록 된 국회법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했다.
노 의원에게 적용된 법률은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이다. 정보기관의 불법 도청 및 감청을 막자는 취지에서 제정된 법이다. 이 법에 따르면 도ㆍ감청 행위자들은 물론 여기서 얻은 정보를 공개한 이들도 똑같이 처벌하도록 돼있다. 문제는 도ㆍ감청 정보를 위법하지 않은 방법으로 획득해 공익을 위해 공개한 경우다. 법원은 통신비밀이 유지됨으로써 얻어지는 이익과 공개에 의해 얻어지는 공익 가운데 어느 것이 우월한지를 기준으로 유ㆍ무죄와 형량을 판단해왔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불법감청 내용이라도 공익에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클 경우 공개할 수 있지만 ‘안기부 X파일’ 경우는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유죄 이유를 밝혔다.
통비법 취지와 달리 현실적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는 것은 우려할만한 일이다. ‘안기부 X파일’을 넘겨받아 보도한 혐의로 유죄가 선고된 문화방송 이상호 기자와 이번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노 의원이 대표적인 경우다. 지난해 이 기자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대법관 5명은 “도청 자료에 담긴 내용은 민주적 헌정질서의 근간을 해치는 것으로 매우 중대한 공공의 이익과 관련이 있다”며 무죄 취지의 소수의견을 내기도 했다.
법원의 판결 이전에 근본적으로 처벌이 지나치게 획일적인 통비법을 합리적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통신대화 비밀보호 조항 위반자는 실형에 처하도록 돼있는 현행 법은 불법과 비리에 대한 내부 고발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 의원 선고에 앞서 여야 의원 152명이 획일적인 실형을 지양하고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개정안을 제출한 것도 이런 이유다. 통비법 개정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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