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남유럽 국민 70% 경제위기 부른 유로화 잔류 지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남유럽 국민 70% 경제위기 부른 유로화 잔류 지지

입력
2013.02.14 12:02
0 0

이탈리아의 초콜릿 회사 카파렐은 전면 도입한지 11년 된 유로화를 지지하는 의미로 500유로짜리 지폐 모양을 본 딴 초콜릿을 생산하고 있다. 유로화는 남유럽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꼽히지만 이 회사 대표 로베르토 콜롬보는 유로화를 강력히 지지한다. 그는 “독자 통화를 사용했다면 환율에 기대려 했겠지만, 유로화 덕분에 제품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유로화 때문에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으면서도 한편으로 유로화를 버릴 수도 없는 남유럽 국가들의 딜레마를 분석했다.

최근 남유럽 국민을 대상으로 ‘유로화에 남아야 하는가, 독자 통화로 돌아가야 하는가’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70% 가량이 유로화 잔류를 지지했다. 스페인 70%, 포르투갈 72%, 그리스 70.9%, 아일랜드 73%, 이탈리아 74% 등이다.

유로화에 대한 이런 높은 지지는 남유럽이 처한 상황을 봤을 때 역설적인 측면이 있다. 이들 5개 국가의 국내총생산(GDP)는 지난 5년간 급속히 축소됐다. 1970년대 이후 성장을 지속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유로화 도입에 따른 통화주권의 박탈이 영향을 미쳤던 것은 분명하다. 한 국가가 금융위기에 처했을 때 빠져나올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자국의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통해 외화를 더 많이 벌어들이는 것이지만, 유로화 공동통화를 쓰는 남유럽 국가들은 이런 통화정책을 쓸 수 없다. 남은 위기탈출 방법이란 임금을 깎고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하는 극심한 재정긴축 뿐이다.

그런데도 금융위기로 고용률이 20%나 감소한 그리스조차 유로화에 남기를 바라고 있다. WSJ은 “자국 통화로 돌아갔을 때 예상되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환율전쟁, 부패증가 등의 우려가 어두운 경제전망에 대한 우려보다 더 강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탈리아 토리노의 지질학자 지오바니 리치는 “각국의 통화로 돌아가고 경쟁적으로 통화가치를 떨어뜨린다면 유럽에서 무역전쟁이 발생할 것”이라며 “유럽공동체에 남아 있는 것이 장기성장을 위해서도 좋다”고 말했다.

남유럽 국민이 유로를 버리지 못하는 데는 부패한 자국 정부를 믿지 못하는 측면도 큰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의 아이스크림 회사 설립자인 귀도 마르티네티는 “과거 리라화 절하정책은 제멋대로였다”며 “정치와 관료주의의 부패를 부추겼고 미래 세대를 완전히 무시했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