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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 기사회생 실낱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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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 기사회생 실낱 희망

입력
2013.02.14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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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에 휩싸인 레슬링계가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올림픽 잔류에 도전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12일 집행위원회를 통해 레슬링을 2020년 올림픽 25개 핵심 종목에서 제외시켰다. 그러나 국제 사회에서 거센 파장이 일자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은 "곧 국제레슬링연맹(FILA) 지도부와 만나 2020년 올림픽에서도 정식 종목으로 열릴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FILA가 종목 개혁을 약속하고 2020년 올림픽에 포함되기 위해 치열히 싸우겠다고 약속한 게 고무적이었다"며 희망적인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레슬링이 핵심 종목에서 제외됐지만 올림픽 잔류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IOC는 5월 집행위에서 다시 논의한 뒤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2020년 올림픽 정식 종목 28개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골프와 럭비가 2016년 리우데자이네우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합류하기 때문에 마지막 한 자리를 놓고 레슬링은 야구, 소프트볼, 가라테, 우슈, 스쿼시, 스포츠클라이밍, 웨이크보드 등 7개 종목과 다툴 전망이다.

경제 강국인 미국과 러시아, 일본 등이 레슬링 퇴출에 거세게 반발하며 IOC를 압박하고 있다는 점에서 레슬링 잔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레슬링 구제를 위한 대대적인 서명 운동이 벌어지고 있고, 러시아는 '무조건 레슬링 퇴출을 막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역시 '레슬링 없는 2020년 올림픽 유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발 맞춰 대한레슬링협회도 레슬링 살리기 서명 운동을 18일부터 시작한다. 협회는 "레슬링 선수와 관계자를 비롯해 일반인까지 수 만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아 FILA로 보내 올림픽 잔류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레슬링 관계자들은 가라테와 경쟁할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가라테는 2020년 올림픽 유치를 희망하는 일본이 올림픽 진입을 위해 이전부터 전방위 로비를 펼친 종목이다.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는 물론이고 인프라와 저변도 다른 종목에 뒤질 게 없다는 평이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본부를 둔 세계가라테연맹은 187개의 회원국을 가지고 있다. 또 세계적으로 1억명의 수련생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70년부터 열린 세계가라테선수권대회는 남자 8체급, 여자 5체급으로 치러진다. 또 94년 히로시마 대회부터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포함됐다. 안토니오 에스피로스 세계가라테연맹 회장은 "올림픽 진입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태권도가 퇴출되면 그 자리를 대체하겠다는 가라테의 밑 그림이 어긋나면서 고민에 빠졌다. 일본이 레슬링과 가라테의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나설 수 없는 상황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여자 레슬링에서만 금메달 3개를 수확한 일본으로선 레슬링 종목을 포기할 수 없다. 이로 인해 그 동안 염원했던 가라테에만 올인할 수 없는 입장이다. 한 레슬링 관계자는 "다른 종목도 있지만 가라테가 모든 면을 고려할 때 레슬링과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이 한 종목에만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레슬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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