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둑은 종반 무렵 한태희의 형세판단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줄곧 형세가 좋지 않았는데도 마치 자기가 유리한 것처럼 계속 느슨하게 두다가 변변히 반격도 해 보지 못하고 바둑을 졌기 때문이다.
좌변 흑이 아직 미생이므로 1로 이었지만 2와 교환돼서 중앙 흑돌의 연결 상태에 흠집이 생겼다. 그 때문에 4, 6으로 흑 석 점이 잡힌 게 엄청나게 컸다. 흑이 1로 반발할 수는 없다. 2를 둘 때 3으로 이어야 하는데 4, 6이면 중앙 흑돌이 고스란히 잡힌다.
상변과 좌하귀도 거의 맞보기의 곳이다. 이제는 백이 반면으로도 조금 남길 수 있을 것 같다. 흑의 입장에서 마지막 승부수는 A로 집어넣어서 패싸움을 하는 것이지만 우선 패감이 부족한 데다 백B로 따낸 다음 A로 잇는 게 거의 절대선수여서 도저히 버틸 수 없다. 그래서 한태희가 이 장면에서 그만 포기하고 순순히 돌을 거뒀다. 212수 끝, 백 불계승.
이로써 8강 진출자가 모두 가려졌다. 대진표는 최철한과 박영훈, 백홍석과 홍성지, 이세돌과 김지석, 박정환과 이지현으로 짜여졌다. 모두 내로라하는 쟁쟁한 강자들이어서 한 판 한 판 모두 전혀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팽팽한 접전이 예상된다.
박영철 객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