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는 직업성 암의 종류와 유발 원인물질이 대폭 확대된다. 또 만성적인 장시간 근로도 산업재해로 인정받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14일 이 같은 내용의 산재보험법 및 근로기준법 시행령 개정 방안을 발표, 7월 시행을 목표로 입법절차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개정 방안에 따르면 업무 때문에 발병하는 직업성 암은 현행 9종에서 21종으로, 직업성 암을 일으키는 원인물질은 현행 11종에서 23종으로 확대된다. 지금은 피부암 폐암 백혈병 등 9종만 업무로 인한 암으로 인정되지만 앞으로는 난소암 위암 대장암 유방암 갑상선암 등 12종도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 암 유발 물질로 인정되는 검댕 타르 벤젠 등 11종 중 아스팔트와 파라핀을 삭제한 9종에 엑스선 및 감마선, 목분진, 포름알데히드 등 14종을 새로 추가, 총 23종의 물질이 암 유발물질로 인정된다. 고용부는 "23종 외에도 질병의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큰 물질은 근로복지공단의 업무매뉴얼에 따라 조사, 산업재해 인정 여부를 판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업무상 질병에 추가함에 따라, 광업 금속제조업 건설업에 종사하며 석탄분진 등에 장기간 노출된 호흡기질환자들에게도 산재 보상의 길이 열린다. 지금은 진폐증(폐에 먼지가 쌓여 생기는 직업병)만 산재 인정을 받았다. 또 업무와 관련된 사건 때문에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아 정신질환이 발병하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산재를 인정하게 하는 기준도 새로 만들었다. 업무로 인한 우울증 공황장애 적응장애 등의 정신질병은 유해 요인과 질병의 연관성을 명확히 하기 위한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과로에 시달리다 질병에 걸려도 산재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개정 방안은 '업무시간이 12주간 주당 평균 60시간(4주간 주당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 업무와 발병의 관련성이 강하다는 기준을 처음으로 마련했다. 현재는 '일상적인 업무에 비해 과중한 육체적ㆍ정신적 부담이 발생한 경우'를 만성과로로 인정하고 있어, 일상적으로 과로하는 근로자는 오히려 보상을 받지 못하는 모순이 발생했다.
실제로 4개월간 하루 11시간 이상 근무한 식당배달원 A씨는 일상적인 근무를 수행한 것으로 판단돼 산재를 인정받지 못했지만, 뇌출혈 발병 전 1개월 동안만 11시간 이상 일한 식당 조리원 B씨는 산재를 인정받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만성과로에 시달리다 뇌경색 뇌출혈 등 뇌심혈관질환 및 심장질환에 걸린 근로자들이 산재를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주당 평균 60시간 근무를 초과하지 않더라도 업무시간이 길어질수록 발병과의 관련성이 증가한다는 점을 고려해 산재 인정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또 일정한 체계 없이 질병과 증상이 혼합적으로 제시돼 있던 업무상 질병 분류도 유해요인별, 질병계통별로 재분류해 근로자 및 담당의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고용부는 15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업무상질병 인정기준 개선방안 정책토론회'를 열고 노동계 및 학계의 의견을 수렴, 22일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7월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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