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델리의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택시’는 델리에서 유일한 여성전용 택시회사다. 8명의 여성 운전기사가 7대의 택시를 모는 소규모 회사지만 지난해 말 버스에서 여대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일어난 후 승객이 약 40% 늘어나는 등 일감이 몰리고 있다. 택시회사를 운영하는 비영리단체 ‘사카 컨설팅 윙스’의 나얀타라 자나르단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다른 택시를 이용하던 승객들도 우리에게 오고 있다”고 말했다.
14일 BBC방송은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택시’의 사례를 들어 여성의 신변안전이 화두로 떠오른 인도에서 여성전용 택시 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방송은 “인도 여성들은 대중교통에서 성폭력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여성전용 택시의 주 고객은 상대적으로 부유하고 독립적인 전문직 여성들이다. 직업상 혼자 다니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국제구호단체에서 일하는 프라니타 수카냐(40)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해외에서 방문한 동료들에게도 여성전용 택시를 권한다”고 말했다. 인도의 성폭력 실상과 지리를 잘 모르는 외국 여성들도 인도 남성의 성폭력 희생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2011년 운전기사 2명, 택시 1대로 출발한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택시’는 입소문을 타면서 조금씩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 ‘사카 컨설팅 윙스’는 “보수적인 델리 지역에서는 여성전용 택시가 자리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상황은 점점 변하고 있다”며 “최근 몇 달간은 전세계로부터 회사를 지원하겠다는 전화와 이메일이 쇄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성이 차를 모는 것 자체가 희귀한 델리에서 여성 운전기사들이 겪는 고충은 크다. 남성 운전기사들에게 이유 없이 폭행이나 모욕을 당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들은 “남성들은 여성이 운전하는 차만 보면 경적을 울리고 추월하려고 해 위협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이 때문에 이들은 입사할 때 몇 달간 호신술과 응급처치법을 배운다.
여성 운전기사들은 자신의 일이 “델리 여성을 지키는 것”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세 딸을 키우는 한부모 여성인 샨티 샤르마(31)는 “여성으로서 여성을 위한 택시를 운전한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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