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북한의 3차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대선공약인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수정하지 않겠다고 밝힌 가운데 새 정부 출범 초기 한국과 미국이 대북정책을 놓고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이날 공개된 '미국과 한국 관계' 보고서에서 한미 현안의 하나로 대북정책을 지목하면서 박 당선인이 이명박 정부와 다른 북한 접근법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가 언급한 박 당선인의 대북정책은 북한에 대한 대화 및 인도적 지원 재개 등이 포함된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가리킨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북한의 책임 있는 행동을 전제로 대화하겠다는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의 대북 접근법과도 차이가 있다. 박 당선인은 한반도신뢰프로세스가 강력한 억제에 기초한 것이지 유화정책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이달 초 대미 정책협의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박 당선인은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유화정책으로 잘못 알고 있는 분도 있을 텐데 미국에 잘 설명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CRS의 보고서는 "박 당선인이 북한에 강온이 조화를 이룬 새로운 접근법을 천명했다"면서 "박근혜 정부에서 한국과 미국의 대북 정책 협력이 어떻게 변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보고서는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한반도에 새 시대를 열기 위해 북한에 제안한 일련의 신뢰구축 조치로 평가하면서도 이 정책이 미국에게 두 가지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했다. 먼저 미국이 궁금해하는 것은 박 당선인이 자신의 제안과, 미국의 최대 관심사인 북한 비핵화 진전을 어느 정도로 연계시킬 것인가에 있다. 박 당선인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얼마나 비중을 둘 것인지도 미국이 알고 싶어하는 사안이다.
CRS 보고서는 "마찬가지로 (한국의 새 정부에게는) 오바마 정부와 미국 의회가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한 박 당선인의 제안을 지지할지 여부가 중요 이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CRS의 이번 보고서는 최근 박 당선인의 외교안보 라인 인선이나 북한 도발에 대한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보고서는 대북정책과 함께 미국 의회가 반대하는 주한미군 기지 이전, 예산배정이 2년째 중단된 주한미군 복무정상화, 미국이 현재 40~45% 수준에서 50%로 상향조정을 원하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등도 한미 현안으로 거론했다. 보고서는 핵 재처리 허용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한국은 주권문제로, 미국은 비확산 정책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있어 이 문제가 양국의 민감한 사안으로 부상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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