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나이라면 많이들 기억할 것이다. 초등학교 교실의 거친 널빤지 바닥에 줄지어 앉아 양초와 걸레로 문질러 윤을 내던 일을. 그 때 음악교과서의 동요들보다 자주 합창하던 노래가 ‘청룡은 간다’ ‘맹호의 노래’ 같은 베트남 파병군가였다. ‘가요 톱10’같은 집계가 없을 때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이런 군가가 웬만한 대중가요 히트곡보다 더 많이 불렸을 것이다. 1960~70년대는 확실히 지금의 병영국가 북한과 별 다름 없던 군 홍보 과잉의 시대였다.
▦ 희생, 전우애, 도전, 용맹 등으로 상징되는 군사문화만큼 국민동원에 효과적인 게 없다고 본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나친 목적 지향으로 군사홍보물 내용은 대개 상투적이었다. 장엄한 군가에 비장한 내레이션을 까는 식의. 그저 노출 빈도에나 신경 쓰는 수준이었다. 괴벨스가 말했던가? “선전(홍보)은 신중하거나 고상할 필요가 없다. 선전은 질이 아닌, 목적을 위한 것이다.” 오랫동안 군 홍보물들은 이 경직성 때문에 외면 받는 경우가 많았다.
▦ 그런데 틀을 깨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다. 공군 군악대장병 몇몇이 기획하고 주변 전우들의 협조를 구해 사흘 만에 만들어낸 13분 남짓한 패러디영상물이 단 일주일 만에 유튜브 조회수 400만 건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NYT, WS, BBC에다 아랍권 알자지라까지 해외 유수 언론사들이 이 현상을 보도하고 진지한 논평을 냈다. 간식비 포함, 제작비 100만 원짜리가 블록버스터급 이상의 대형사고를 친 것이다.
▦ 장병들의 놀랄만한 음악성, 절묘한 가사와 구성 등 여러 성공요인 분석이 무성하지만 중요한 건 따로 있다. 애써 윤색하지도, 과장하지도 않은 채 그냥 있을 법한 군대의 일상을 잔잔하게 공유하고자 한 것이 공감 대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메시지나 의도를 앞세웠다면 군 이미지에 대한 이 정도의 긍정적 효과는 어림도 없었을 것이다. 이 ‘진솔한 평범함’이 주는 공감의 힘은 글쎄, 군대뿐 아니라 새 정부도 깊이 생각해봐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준희 논설실장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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