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업계에서 '진짜 1위가 누구냐'는 논쟁이 뜨겁습니다. 지난해 성적표를 펼쳐보니 취급액(상품판매총액), 매출액, 영업이익 등 각 실적지표마다 1위가 서로 달랐기 때문입니다.
GS샵은 지난달 말 공시를 통해 업계에서 처음으로 취급액 3조원,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엔 가장 많은 상품을 취급한 자신들이 진짜 1등이란 뜻이 숨어 있었지요.
그로부터 일주일 뒤 CJ오쇼핑이 반격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1조773억원의 매출을 올려 GS샵을 577억원 차로 따돌렸다는 것이었습니다. CJ오쇼핑이 매출액에서 GS샵을 앞지른 건 1998년 이후 14년만에 처음이라고 합니다.
CJ오쇼핑은 더 나아가 자신들이 가장 먼저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일 매출을 따져 역산을 해보니까 GS샵보다 보름가량 먼저 1조원 고지를 점령했다는 겁니다.
취급액과 매출액, 과연 어느 게 진짜 1등의 척도일까요. 참고로 홈쇼핑에서 매출액과 취급액의 차이는 이렇습니다. 예컨대 1,000원짜리 물건을 팔아 700원은 제조업체가 갖고 홈쇼핑사가 300원을 갖는다면, 취급액은 1,000원이지만 매출액은 300원이 되는 것이지요.
매출 1등을 달성한 CJ오쇼핑측은 당연히 매출을 강조합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어느 업종이든 1등 업체라고 하면 당연히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한 업체를 말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GS샵은 취급액 1등이 진짜 1등이라고 주장합니다. 홈쇼핑업계 특성상 매출 보다는 실질적으로 고객에게 상품을 얼마나 많이 판매했는지를 보는 취급액이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GS샵과 CJ오쇼핑의 공방을 지켜보며 내심 '진짜 1등은 우리'라고 웃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현대홈쇼핑인데요, 현대홈쇼핑은 매출과 취급액에선 밀리지만 영업이익으론 7년째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가장 많은 1,52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요. 경쟁사들이 가전이나 PB브랜드를 통해 외형확장에 치중한다면 현대홈쇼핑은 패션과 주방용품, 이ㆍ미용 상품비중을 높여 실속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각 분야 1위가 다르고 또 저마다 1위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만큼 홈쇼핑 업계가 경쟁이 치열하다는 방증입니다. 과연 올해는 누가 승자가 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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